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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돈 풀어 고용 잡겠다더니…앞선 일자리 추경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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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다고 추경 요청하곤 본예산 목표치도 못 채워
직업훈련·직업상담사 확충…실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아
폐업지원·양곡할인 사업 등 엉뚱한데 쓰인 예산도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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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집행과정에서 곳곳에 구멍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고용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일자리 예산을 풀겠다고 공언했지만 앞선 추경에서부터 실제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된 것이다. 국회가 21일 본격적인 '2017년 회계연도 결산'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야당은 이 같은 '예산 구멍'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모두 5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문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지난해 계획한 추경 규모는 11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만든 내부 결산심사 자료를 보면 ▲실집행률이 저조하거나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거나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등 허점이 다수 발견됐다.

고용노동부에 편성된 실업자능력개발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당초 본예산으로 599억6600만원을 편성하고 이후 추경을 통해 59억8700만원을 추가 확보했다. 예산지원을 받는 훈련목표인원도 3만2143명에서 3만6408명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4265명이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훈련에 참여한 인원은 3만1288명에 그쳤다. 당초 본예산으로 잡혀있던 목표인원도 채우지 못했다. 추경편성 자체가 불필요한 사업이었던 셈이다.

훈련 참여가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다. 훈련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전체의 10.4%에 달했다. 수료자 중 취업을 연계해주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까지 받은 사람은 2만6577명에 그쳤다. 수료자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지난해 기준 42.4%로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한국당은 "추경 심의 과정에서 연내 집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본예산에 산정된 훈련목표인원도 채우지 못하고 일부 예산을 불용처리했다"며 "훈련 중도포기자에 지원된 예산은 사실상 낭비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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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집행률이 저조한 사업도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배정된 중소기업 재기지원 사업은 우수 재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로 50억원이 추경 편성됐으나 실집행률은 총 예산액 148억원의 38%(올 3월 기준)에 불과했다. '재도전성공패키지'로 명명된 이 사업은 재창업 기업의 교육ㆍ멘토링ㆍ사업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경을 통해 100개 기업을 선정, 최종적으로 155명의 고용창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한 서울산업진흥원 등 4개 주관기관의 실적을 살펴본 결과 주관기관의 실집행액은 55억6500만원에 그쳤다. 당초 본예산으로 편성된 98억원과 비교해도 실집행액은 절반수준(57%)밖에 되지 않았다. 전담기관인 창업진흥원이 주관기관 4곳에 교부한 금액은 총 88억4300만원으로 여기에도 62.9%의 실적밖에 내지 못했다. 이는 '한 회계연도에 속하는 세입세출의 출납에 관한 사무는 다음연도 2월10일까지 완결해야 한다'는 국고금 관리법에도 위배된다.

소상공인의 업종전환과 임금근로자 전환을 지원해 재기를 돕는 '소상공인 재기지원' 사업 역시 자영업자의 폐업에 돈을 보태준 엉뚱한 결과를 나았다는 지적이다. 중기부는 당초 폐업예정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10억원의 추경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1000명을 추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 집행인원은 750명에 그쳤다. 더 문제는 수혜자들의 임금근로자 전환은 자율에 맡겨 실적을 파악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신 국회 의결 내용에도 없는 자영업자 점포철거ㆍ원상복구 등에 업체당 100만원을 추가 지원해, 결국 사업목적과 달리 단순히 자영업자의 폐업을 지원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실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업도 비일비재했다. 국가유공자 취업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국가유공자의 취업을 확대하고자 관련 1억5300만원의 추경을 편성해 직업상담사 10명을 추가고용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취업지원 실적은 2016년 8034명에서 7935명으로 되레 줄었다. 추경을 통해 직업상담사 1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사업의 취지인 국가유공자 일자리 창출엔 실패한 셈이다. 한국당은 "상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서 취업으로 연계해줘야 한다"며 "국가기관, 공공기관 등의 의무고용률을 높이는 방안부터 모색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 기관 의무고용에 따른 취업률은 44.5%에 그치고 있다.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예산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 지급을 위해 추경에 135억원을 반영했으나 이미 해당 사업엔 300억원 정도의 미집행 금액이 있었다. 굳이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불용이 불가피한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었음에도 불필요하게 추경을 편성해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대신 복지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집행률이 저조하자 추경분의 83.3%인 112억4700만원을 양곡할인 사업으로 조정해 사용했다.

이밖에 한국형 스마트팜 등 농업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목적으로 확보된 추경(10억3900만원)이 비(非) 연구개발 성격 일자리에 60명을 채용하는데 그치는 등 일자리 확보를 위해 편성됐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쓰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일자리 해소를 위해 예산이 대폭 확대되고 있지만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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