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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백남기 농민 사망, 경찰 잘못…소송도 취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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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청와대 지키려 무리한 진압"]

머니투데이

2016년 10월23일 당시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을 시도하고 있다.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영장집행을 반대하며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서 경찰과 대치를 했으나 홍 서장이 떠나면서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진=뉴스1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검찰이 경찰 수뇌부의 책임을 인정해 기소한데 이어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경찰 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경찰의 잘못으로 결론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1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백 농민 사망 사건은 경찰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봉사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선례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백 농민 사망사건을 부적절했던 공권력 동원 사례로 보고 올해 2월부터 19차례의 전체회의를 여는 등 조사를 해왔다. 백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에서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경찰이 쏜 살수차의 물줄기에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이듬해 9월 사망했다.

◇"민중총궐기 경비계획, 집회 대응 아닌 '청와대 경호계획'이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우선 당시 집회에 대해 경찰이 어떻게 경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는지에 중점을 뒀다"며 "한 마디로 경찰의 당시 경비계획은 청와대 경호계획이지 집회 시위 대응 계획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당시 청와대 경호구역 진입 차단을 위해 1~3차 차단선 절대 방어를 주문했다. 총 738대의 버스와 차벽 트럭 20대를 이용해 광화문로터리, 서린교차로 등에 차벽을 설치했다. 지하철 무정차, 광화문역 봉쇄(소위 솥뚜껑 작전) 등도 진행했다.

당시 경찰의 민중총궐기 집회 대응 방침은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사항으로 시작됐다. 5개 부처 장관이 공동담화문도 발표했다. 불법집단에 대해서는 엄중처벌한다는 기조가 있었다. 경찰은 청와대와 정부 기조에 맞춰 경비계획을 세우고 이행했다는 설명이다.

진상조사위는 경비계획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인 금지통고·차벽설치·이동통제·살수행위 등이 모두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경찰이 집회 주최자와 참여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취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 위원장은 "소송 청구 원인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이 금지한 1차 차단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거나 그 안에서 집회를 개최하려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생겨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라며 "1차 차단선 안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게 경찰의 주장인데 진상조사위는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찰 사후조치도 부적절…서울대병원 개입·빨간 우의 참가자 가격 '무혐의' 결론짓고도 활용

진상조사위는 강력한 진압작전과 함께 경찰의 사후조치도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민중총궐기 집회 당일 살수량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하루 사용 살수량 중 월등히 많았다. 이 집회 관련해서만 1300명을 사법처리(구속·불구속·훈방조치) 했다. 게다가 민사 소송까지 제기했다.

유 위원장은 "경찰은 이 집회 참가자들을 제지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 농민이 서울대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에도 담당인 서울 혜화경찰서장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에서 서울대병원장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 개입한 정황도 있었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유 위원장은 "수술 여부에 대해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경찰과 청와대에서 상황파악에 나서니 병원 측에서는 좀 더 나은 숙련된 원로급 의사가 수술하도록 병원장이 지시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의 과실로 연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병원 측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경찰은 빨간 우의를 입은 집회 참가자의 가격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밝히지 않고 부검 필요성을 뒷받침하는데 활용한 것으로도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백 농민 사망 원인이 경찰의 살수가 아니라 빨간 우의 입은 집회 참가자의 가격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2015년 11월21일 빨간우의를 입은 집회 참가자의 구체적 신원까지 조사해 두 달 간 내사를 한 뒤 집회시위법 위반과 교통방해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즉 백 농민에 대한 가격 혐의는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은 2016년 9월26일 백 농민에 대한 2차 부검요청서를 제시하면서 '빨간우의 집회 참가자의 가격 의혹도 있으니 부검이 필요하다'고 기재했다.

유 위원장은 "빨간우의 참가자의 가장 중대한 범죄 혐의가 '가격' 부분인데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며 "범죄 혐의가 없다는 걸 알고 묵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찰은 사건 관련자에 대기발령과 직위해제 조치만 했다. 당시 진압을 맡았던 지휘자급 일부는 심사를 거쳐 승진까지 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고 유사 사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진상조사위는 모두 10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 위원이 6명으로 과반 이상이다. 경찰청은 이번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검토해 향후 관련 대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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