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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리뷰]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영화···‘너의 결혼식’, ‘어른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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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블록버스터의 공세 속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할 작은 영화 두 편이 찾아온다. 각각 ‘첫사랑’과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은 가벼운 웃음 뒤에 왠지 모를 뭉클함을 준다. 로맨틱 코미디 <너의 결혼식>에선 또 한 번 고등학생 연기를 선보인 박보영을 만나볼 수 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역을 맡은 김영광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어른 도감>은 전주국제영화제 등 올해 다수 독립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어른 답지 못한 삼촌 역을 맡은 엄태구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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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은 우연(김영광)이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고3 여름, 우연은 전학생 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오랜 구애 끝에 함께 ‘땡땡이’를 치는 등 친한 사이가 됐지만, 승희는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우연은 승희를 만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둘은 재회하지만, 승희에겐 남자친구가 있다. 우연은 지치지 않고 그녀의 뒤에서 승희를 돕는다.

십 대 후반에 만난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웃고 슬퍼하는 10여년의 시간을 담았다. 우연과 승희는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인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박보영과 김영광은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정장을 차려입은 회사원까지의 시간을 표현한다. 어색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20대 후반이지만 아직도 교복이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 박보영은 시사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연기가 10대를 연기하는 것이었다. 세월을 역행하는 연기를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보영의 로맨스는 상대 배역 역시 돋보이게 만든다. 코믹하면서도 순애보를 가진 인물 우연을 연기한 김영광의 매력이 새롭다. 영화의 화자가 ‘너의 결혼식’을 지켜보는 우연이라는 점에서 남성들이 감정 이입할 대목이 많아 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2016년 개봉해 많은 남성 관객의 지지를 받았던 <라라랜드>의 감성과 닮아보인다. 12세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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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도감>은 과함이 없다. 코믹하지만 유머가 지나치지 않고, 감정의 과잉도 없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14살 경언(이재인)은 아버지의 장례식 장에서 삼촌 재민(엄태구)을 만난다. 그간 연락 한 번 없던 삼촌은 어느 순간 경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허허실실 농담만 하고, 마땅한 직업도 없어 보이는 삼촌은 경언에게 남겨진 보험금에 눈독 들인다. 결국 보험금을 다 써버린 재민은 경언과 함께 동네 약사 정희(서정연)를 상대로 사기 결혼을 준비한다. 재민은 정희에게 경언을 자신의 딸이라 속이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경언과 재민은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영화의 마지막 덤덤한 표정으로 나란히 걷는다. ‘이런 대책 없는 결말’이라는 생각이 스치지만 어쩐지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는 어른이 되고 싶지만 후회와 실수만이 가득한 삶의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확실히 스스로 ‘어른답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다.

연출을 맡은 김인선 감독은 “경언에게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내 십 대의 외로웠던 시간을, 재민에게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어른은 되지 못한 현재의 나를 담았다”며 “가족과 성장이라는 소재를 쉽고 유쾌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세 관람가. 23일 개봉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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