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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PO CRITIC] 어차피 금메달? 한국축구의 거대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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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한준 기자] ‘어차피 금메달은 한국.’ ‘그래도 손흥민이 있는데.’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 팀은 자타가 공인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바레인에 6-0 대승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외부 전망이 적중한 듯했다.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현재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말레이시아에 1-2 패배. 키르기스스탄에 1-0 진땀승. 2승 1패, E조 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경기 내용상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부진했다.

조별리그를 마친 선수단 반응은 비슷하다. ▲훈련 시간이 부족해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 ▲ 잔디 상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상대 밀집 수비를 상대하는 것은 어느 팀이든 어렵다.

이란과 16강에는 경고 누적으로 중심 수비수 김민재도 빠진다. 한 대표 선수는 “자카르타로 이동하면 잔디가 더 안 좋다던데 걱정”이라고 했다. 조직력은 조금 개선될지 모르나 여전히 금메달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칭스태프의 대비는 어땠나? 한국이 맞이한 장애물들은 예상하지 못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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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시간, 밀집수비, 잔디상태 삼중고…몰라서 대비 못 했나?

한국은 사전답사를 통해 잔디 상태를 알았다. 두 줄 수비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지금 한국을 상대로 아시아 팀이 두 줄 수비로 공간을 없애리라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이 아시아 팀과 경기에서 오히려 더 고전해온 이유다. 조직력 문제도 유럽파 합류가 늦어지며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김 감독 입장에도 할 말은 있다. 우선 시간이 부족했다. 김봉길 감독이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 4강탈락 과정의 경기력 부진으로 경질됐다. 김학범 감독은 대회를 5개월 앞둔 지난 3월 선임됐다. 김 감독은 부지런히 선수를 보러 다녔고, 소집 가능한 선수들로 3월 파주, 6월 파주 및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을 진행해 옥석을 가렸다.

아시안게임 대표 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1년 뒤인 지난 2017년 7월 AFC U-23 챔피언십 지역예선을 통해 출항했다. 당시 정식 감독 선임을 미뤄 정정용 감독 임시 체제로 참가했다. 김봉길 감독은 8월 내 선임하겠다는 당시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말이 지켜지지 못한 채 9월 말 선임됐다. 10월에 출항해 1월 대회를 준비했다.

아시안게임은 매 순간 급조된 팀으로 대회를 치렀다. 아시안게임에는 평소 차출이 어려운 해외 진출 선수, K리그 주전급 선수들이 합류할 예정이라 지난 대회를 통해 발을 맞춘 선수 중 일부만 주전으로 분류되고 상당수가 명단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안게임 대표 팀의 조직력 문제는 한국 축구와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금메달 외에 결과가 의미 없는 이유는, 금메달만이 병역특례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공격수를 전원 국외파로 구성하면서 그 문제가 극대화됐다. 황의조가 6일, 황희찬, 이승우가 의지를 보여 8일 합류했지만 소집 훈련은 그보다 일주일 여 앞선 7월 31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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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유독 일정이 빡빡해 15일 첫 경기 이후 경기 사이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라크의 불참으로 UAE가 다른 조로 이동해 12일 첫 경기가 3일 미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폭염 변수까지 더해져 훈련 시간도 더 줄었다. 너무 더워서 선수들이 별도로 호흡을 맞춰보기도 어려웠다.

이동 일정까지 고려하면 황의조는 5~6일, 황희찬, 이승우는 3~4일밖에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채 대회를 치르고 있다. 손흥민은 아예 훈련 없이 들어와서 뛰는 셈이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가 월드컵에서 함께 발을 맞추던 선수들이라 기대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고도의 밀집수비를 대상으로 콤비네이션을 맞춰본 경험은 없다.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 손흥민과 황희찬이 후반전에 몇 차례 콤비네이션을 시도했지만,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 병역특혜에 집중된 선수 선발, 밀집 수비 깰 능력 부족한 한국 축구

유럽 및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늘어나 조기 소집이 어려워진 점은, 여전히 한국을 상대하기 전 장기 소집 훈련이 가능한 다른 아시아 팀과 경기할 때 한국이 조직력 열세로 인해 개인 능력의 우위를 요구받는 이유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도 그랬다. 상대가 내려서서 밀집수비를 펼치니 일대일 싸움에서 이겨야 허물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김 감독이 공격수 포지션에 와일드 카드와 국가대표급 선수를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과거 어려웠던 이유가 “골을 먹는 것 보다 골을 넣지 못해서였다”고 했다. 그 진단이 정확했다.

바레인이 전진해서 맞불을 놓으면서 뒤 공간을 노출한 1차전 외에 말레이시아전, 키르기스스탄전에 한국은 상대 수비 조직을 깨는 데 실패했다. 말레이시아전은 0-2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직전에야 만회골을 넣었고, 키르기스스탄전은 코너킥 공격수로 겨우 결승골을 하나 넣었다.

결국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전에 득점했고, 황의조는 1,2차전에 총 4골, 황희찬도 바레인전에 프리킥으로 한 골을 넣었지만 바레인전이 밀집 수비 변수가 없는 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진 모두 경기력이 흡족하지 않았다. 따로 놀았고, 가진 기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도 수비~미드필더~공격의 연결고리가 미흡하다고 했다. 상대 팀은 조직적으로 단단한데, 우리는 라인을 거치며 올라오는 패스 미스가 빈번해 불안정하다. 우리 공격은 허술하고, 쉽게 역습 기회를 허용한다.

여기에 우리가 가진 기술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운 잔디 상태가 겹쳐 고전을 넘어 졸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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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 나서기 전 치른 두 번의 대회 명단에 들었던 선수 중 아시안게임 20인 엔트리에 든 선수는 미드필더 황인범, 장윤호, 이진현, 이승모, 풀백 김문환, 김진야 수비수 황현수, 정태욱, 조유민, 골키퍼 송범근 등 10명으로 절반이다. 이들 중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에 뛴 선수는 장윤호, 조유민, 김문환, 황현수 등 네 명뿐. 조유민과 김문환은 포지션도 지금과 달랐다.

나머지 10명은 사실상 올스타전을 뛰는 스타 선수들과 같은 환경으로 경기하고 있다. 세 명의 와일드 카드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와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 이승우,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6명의 자리를 가져갔다. 여기에 공격수 나상호, 미드필더 김정민, 김건웅, 수비수 이시영이 이름을 올렸다. 나상호가 선전하고 있는 것 외에 나머지 어린 세 선수는 조직력 문제를 함께 겪으며 말레이시아와 경기에 지탄의 대상이 됐다.

◆ 타깃형 스트라이커 없는 공격진, 최종 엔트리 20인에 대한 아쉬움

결과론이지만 공격진의 일부는 기존 U-23 대표 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난 대회에 발을 맞춰본 선수로 구성해 연속성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K리그에서도 꾸준히 경기하며 성장세인 장신 공격수 이근호는 현 아시안게임 대표 팀이 갖지 못한 타입의 선수이기도 하다. 미드필더 한승규는 AFC U-23 챔피언십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울산현대에서도 출전 기회를 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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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 슈팅 능력이 뛰어난 황의조는 선발이 논리적인 자원이고, 손흥민이 선발 1순위 선수라면, 돌파가 좋은 황희찬과 이승우 중 한 명의 자리는 타깃형 스트라이커에게 줘야 했다. 밀집 수비가 예상되고, 한국이 아시아에선, 특히 동남아시아 팀을 상대로는 신체 조건에서 우위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엔트리 발표 당시부터 아쉬웠던 대목이다.

공중볼 활용이 미진한 것은, 상대가 밀집 수비를 펴고, 잔디 상태가 좋지 않으며, 조직적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더더욱 아쉽다. 공중볼은 한 두 가지 약속된 패턴으로 중원을 거치지 않고 쉽게 상대 위험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패턴이다. 지금 아시안게임 대표 팀 공격진은 공중볼 공격에 강한 선수가 없다.

선수 선발 과정, 경기 전략 준비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리스크를 모두 통제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휘젓고, 뻥뻥 슈팅을 때리면 역습으로 한 두 골을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 풀백 자원이 부족해 스리백으로 나선다는 계획에 발목 잡히지 않고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서 빌드업 밀도를 높이려 포백으로 전환하고 중원 숫자를 늘린 것은 유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문 풀백 요원이 없는 채로 구성된 수비 라인은 녹아웃 스테이지에 올라서도 불안을 노출할 것이다.

많은 나라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일본, 이란 등은 21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참가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유리할 것으로 봤지만 그동안 쌓아온 조직력은 한 단계 더 높다.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우즈베키스탄, 준우승한 베트남은 경험과 자신감, 조직력이 쌓여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힌다. 중국은 이번 대회 결과에 마르첼로 리피 A대표 팀 감독의 입지까지 달려 있어 의지가 남다르다.

조별리그 성적과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한국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는 말은 틀렸다. 이름값은 높지만 팀으로 완성되지 못해 자이언트 킬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16강전까지 이틀의 준비 시간이 있다. 이동 일정과 피로 회복을 고려하면 많은 훈련을 하기는 어렵다. 경기장 밖에서 유기성을 높이기 위해 미팅과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남은 일정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우승후보를 차례로 만난다. 이 예상도 지금은 오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란을 이기고 8강에 오를지, 8강에 가도 우즈베키스탄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조별리그 3경기를 마치고 한국 축구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흥민은 “16강부터는 직면 짐 싸서 집에 가는 거다. 약한 팀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메달을 목에 걸기 전에 집에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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