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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돈 주고도 못 사는 연륜 있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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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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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3년이라는 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35년 차 배우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매주 토요일 안방극장을 감동과 눈물로 물들였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인 데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했고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그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캐스팅 단계부터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연출 김민식)'를 통해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 채시라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대중에게 드라마로 인사한 만큼 채시라는 종영 후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소회를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에 대해, 그리고 연기 인생에 대해 전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35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지 무게감이 느껴졌다.

"연륜은 돈 주고도 못 사고,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경험이라는 건 큰 재산이고, 한 해 한 해 익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자주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끌리는 작품을 만났을 때 익은 걸 끄집어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또 시청자들이 위안받고 행복을 느끼고 감동하고 치유될 수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채시라는 2015년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후 무려 3년 만에 복귀했다. 꽤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35년이라는 그의 연기 경력에 비하면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오랜만에 돌아온 촬영장은 채시라에게 그다지 낯선 곳이 아니었다.

"화가들도 연륜이 쌓이면 그림을 쉬었다 그려도 그릴 수 있듯이 배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내공이라고 하잖아요. 연륜이 쌓이다 보면 1년이든 3년이든 5년이든 쉬었다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충분히 극복해내면서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신인 때처럼 긴장이 많이 되지도 않았고, 릴렉스하려고 노력했어요. 편안한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게 더 많거든요.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못 봤던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이런 설렘이 있어서 즐기면서 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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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떠났다'에서 채시라가 분한 서영희는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충격에 스스로를 집에 가둬놓고 움츠린 채 살아가는 인물인 만큼 섬세한 감정 연기가 요구됐던 것이다. 하지만 채시라는 시놉시스를 받고 이 같은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고, 영화 시나리오 같은 대본에 작가의 힘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채시라는 김민식 PD와 함께 의논하며 연출부터 연기까지 차근차근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첫 회, 첫 신 카메라 워킹이 서영희의 집을 훑고 지나가는 거예요. 침대와 식탁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에 천을 씌워놨는데 원작 웹소설에서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드라마다 보니 서영희의 감정 극대화와,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논을 통해 그런 장치를 해놨어요. 또 서영희가 공대 나온 여자잖아요. 그래서 공대 다니는 여자분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세워놓은 계획을 바꾸게 되면 침입당한 느낌이 들고 용납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서영희도 그럴 것 같아서 참고가 됐어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서영희가 되어 간 채시라는 담배와 슬립을 통해 서영희라는 인물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러한 파격적인 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채시라는 여러 벌의 검정 슬립을 직접 준비하기는 열의를 보였고, 김민식 PD는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은색 슬립을 입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은 원작 삽화에 나온 장면인데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꼭 들어갔으면 좋겠더라고요. 대본에 옷차림 설명은 없었는데 읽는 순간 딱 저 삽화가 떠올라서 감독님께 얘기했더니 '괜찮겠냐'고 걱정하셨어요. '뭐 어때요? 슬립인데'라며 괜찮다고 했더니 정말 괜찮겠냐면서 '그렇게 해주시면 좋지만 …'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촬영에 들어가니 'OK'를 통쾌하게 외치셨어요."

이렇게 탄생한 신은 시청자에게 호평 세례를 받았고, 극의 몰입도 또한 높였다. 하지만 채시라는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부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심의 때문에 방송에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나갈 수 없거든요. 제가 비흡연자라 피우는 연기는 자신이 없어서 그 부분은 오히려 잘됐다 싶었는데,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은 클로즈업되면서 잘려서 아쉬워요. '더 보이게 해야 했는데' '가까이에 대고 다시 찍자고 하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OK 컷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담배 피우는 신이 자연스럽게 넘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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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하에 고등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채시라는 '이별이 떠났다'를 하며 잠시 육아에서 멀어져 있었다. 엄마와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이를 낳은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채시라는 서영희에서 이제 다시 엄마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아이를 멀리했어요. 다 받아주다가는 제가 할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이건 대중과의 약속이고, 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아이를 돌보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다가는 안 되겠더라고요. '엄마 대본 외워야 돼' '공부해야 돼'라고 했고, 아이한테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해야 돼. 너도 스스로 해'라고 했죠.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아들이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못 들어주니까 입이 삐죽 나와 있고 울기도 했어요. 이번 작품은 밀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집에 신경을 많이 끊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작품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아이와의 구멍 난 부분을 메꿔야죠. 엄마 노릇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싶거든요."

배우이자 엄마이기에 가정에 집중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별이 떠났다' 전 3년이라는 공백이 있었고,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전에도 3년의 공백이 있었기에 채시라의 차기작을 언제 볼 수 있을지 벌써 걱정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그런 우려를 많이 받았다며 웃어 보인 채시라는 공백기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어쩌다 보니 작품 사이에 3년씩 텀이 있었는데. 팬분들고 그렇고 주위에서 '1년에 한 번씩은 보여주세요'라고 이야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성재 씨도 그랬고요. 사실 3년 동안 전업주부로만 산 건 아니고 소소하게 여러 활동을 했어요. 사랑의 열매 활동도 있었고 평창올림픽 때문에 국립오페라단이랑 공연도 하며 멋진 경험도 했죠. 좋은 작품, 끌리는 작품을 만나면 바로 할 거예요. 김태욱 씨는 1년에 두 편 하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데뷔 35년 차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달려가고 있는 채시라가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채시라는 오랜 연기 경력에도 아직 해보지 않은 캐릭터가 많다며 고민의 틈도 없이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온몸에서 묻어나는 연기 열정을 보니 이러한 모습이 많은 이들이 그와 작품을 하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영화 좀 찍으라는 얘기를 부쩍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일단 좋은 작품을 했으니까 내년에도 있으면 하고 싶고, 전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악녀, 커리어우먼도 해보고 싶고 제가 의사 역을 한 번도 안 해봐서 의사도 해보고 싶어요. 전문용어가 엄청 나오겠지만 그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영화 '테이큰' 같은 액션도 해보고 싶고, 평범한 삶에서의 복수도 재밌을 것 같아요. 시대물도 좋고 멜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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