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엄마, 나 많이 다쳤어” 해외여행 간 딸 전화의 정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페루 마추픽추 (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에는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국내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대상으로 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일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40대 여성 A씨는 해외여행 중인 딸 B씨로부터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 음성통화서비스인 '보이스톡'을 받았다.

여행 중인 딸이 전화한 것이라 생각한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전화에 응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엄마, 나 머리 많이 다쳤어. ㅇㅇ언니는 죽었어"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A씨가 당황한 사이 한 남자가 딸의 전화를 넘겨 받아 "주변에 누가 있느냐, 조용한 곳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후 보이스톡이 끊겼고, 국제전화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1000만원을 보내라"고 했고, A씨가 보이스 피싱이 의심돼 돈이 없다는 등 다양한 답변을 내놓자 "서울로 가서 내가 아는 동생을 만나라"고 한 뒤 연결이 끊어졌다.

A씨는 딸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고, 카카오톡 메시지도 보냈지만 읽지 않았다.

보이스톡 발신자명이 자신의 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A씨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됐지만, 딸이 여행지에서 납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역시 전화 수법과 요구 사항 등으로 미뤄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피해자의 이름과 여행지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납치 사건일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A씨가 경찰에 신고한 시각이 오후 5시 25분 쯤으로 항공사는 이미 퇴근 후였고, 현지 공관은 출근 전이라 즉각 확인이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 3시간이 흐르고, B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유지에 도착한 B씨가 A씨 메시지를 확인하자 마자 소식을 전한 것이다. 그제서야 걸려온 보이스톡 전화는 보이스피싱 범죄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에 앞서 B씨 동료의 다른 가족에게도 비슷한 전화가 걸려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한국과의 시간 차를 계산해 연락이 쉽지 않은 '최악의 시간대'를 노린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조직에서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여행사나 SNS를 통해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해당 발신 번호가 해외(중동국가)로 확인돼 정확한 정보 유출 경로는 현재로썬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NS에 여행 일정과 일행 등 사생활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또 모든 협박 전화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