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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산가족 상봉]“동생 작년 사망 소식에 며칠간 밥도 못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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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없고 부모·자녀 7건…고령화·사망자 증가한 탓

소통 창구 늘려 정례화 등 ‘상봉 확대’ 방안 마련 시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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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전 헤어진 남북 이산가족들이 노령화하고 사망자가 생존자 수를 웃돌면서 대면상봉 확대와 생사확인·서신교환 정례화 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상시적 소통 창구를 늘려 이산가족들의 상봉 및 소통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을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 남측의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2603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7만5741명으로 생존자 5만6862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생존자 중 80세 이상이 62.6%를 차지했다. 3년 전인 2015년 10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와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가 난다. 당시에는 이산가족 신청자 13만409명 중 생존자(6만6488명)가 사망자(6만3921명)보다 많았다. 생존자 중 80세 이상은 53.9%였다. 2000년 이후 정부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 사례는 4677가족, 2만3519명에 불과하다.

이날 금강산에서 열린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배우자 간의 상봉은 없고, 부모와 자식 간 상봉도 7가족뿐이다.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사망자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봉에서 90세 이상은 37.1%(33명)이고, 80대는 49.4%(44명), 70대는 13.5%(12명)이다.

북측 가족이 불과 몇 달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경우도 있다.

김진수씨(87)는 당초 북측 여동생을 만나려 했지만 지난 1월 사망한 사실이 확인돼 대신 북측 조카와 조카며느리를 만났다. 이춘애씨(91)도 6·25 때 헤어진 남동생을 만나려 했지만 1년 전에 사망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씨는 “동생이 하필 지난해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속상해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었다”고 했다. 이씨는 대신 조카, 조카며느리를 만나 위안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남북 이산가족들 간의 대면상봉을 확대하고 생사확인·서신교환을 정례화하는 등 상시적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기적인 상봉행사는 물론 전면적 생사확인, 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도 상봉행사 만찬 답사에서 “(이산가족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만나고 추억이 깃든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금강산 | 공동취재단·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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