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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산가족 상봉]“어머니는 끼니마다 꼭 형 밥도 상에 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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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한국전 납북자 6가족, 당사자들 모두 사망…유가족만 아쉬움 달래

금강산에서 20일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 납북자 다섯 가족이 만났다. 하지만 국군포로와 납북자 당사자들은 모두 사망해 남북의 가족들만이 만나 아쉬움을 달랬다.

의용군으로 납북된 세 살 위의 맏형 가족과 만난 최기호씨(83)는 조카들이 가져온 사진을 통해 형의 생전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보물이 생겼다”며 사진을 연신 쓰다듬었다. 최씨는 “어머니가 끼니마다 꼭 형이 먹을 밥을 떠서 상에 올리고 ‘밥공기에 물이 맺히면 네 형은 살아 있는 것’이라 말씀하셨다”면서 “이렇게 조카라도 상봉이 돼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가족사진을 가져온 조카는 삼촌을 만나자 “제가 부모·형제 생각이 나서 내내 울었습니다”라며 울먹였다.

전쟁 때 교통부 공무원이던 남편이 북으로 끌려가 이별한 홍정순씨(95)는 생사불명인 남편 대신 북에 남아 있던 가족들과 상봉했다. 홍씨는 오빠의 딸, 여동생의 아들 등 조카들과 만나 형제들이 살아온 얘기를 전해 들었다. 홍씨는 “조카들을 만나게 돼 그냥 좋기만 하다”고 말했다.

부친이 국군포로인 이달영씨(82)는 이복동생 남매를 만났다. 이씨 부친은 1987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올해 100세”라며 어렸을 때 고향인 경북 양목에서 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버지가 납북된 이영부씨(76) 역시 북측의 조카들과 마주 앉아 열 살 때 헤어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고 곽호환씨(85)도 납북된 형이 1981년 사망하면서 북에 남겨둔 조카들과 상봉했다.

<금강산 | 공동취재단·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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