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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저임금 부담에...장하성 실장 아파트도 경비원 감원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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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내달 자동문・CCTV 도입-경비원 감축안 주민투표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의 여파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경비원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와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관리사무소 및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아파트 소유자들은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자동문 및 폐쇄회로 도입해 보안 업무를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경비인원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경비시스템 개선안(이하 ‘개선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은 ▲현재 116명인 경비인원을 64명으로 줄이고 ▲경비원들의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격일 12시간 근무제로 변경하고 ▲아파트 현관문에 2억 5000만원을 들여 자동문을 설치하고 ▲1억5000만원을 들여 폐쇄회로TV(CCTV) 등 감시장비를 구입해 경비인원 감축에 따른 보안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선안은 이같은 방안이 도입될 경우 가구별 관리비가 125㎡(38평) 주택형에 거주하는 주민은 월평균 14만7440원에서 8만2400원으로 6만5040원(44.1%) 줄고, 218㎡(66평) 주택형 거주자는 월 11만2980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아 이 아파트 곳곳에 게시된 ‘경비시스템 개선에 대한 안내문’은 개선안의 추진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경비비 절감을 위한 경비시스템 개선안과 현관 자동문 설치에 관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리사무소 측 관계자는 "(자동문 및 감시장비에 대한) 투자비용 4억원은 경비원 인건비 절감으로 4개월 안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재건축 사업을 준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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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 측은 이같은 개선안 추진 배경을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6.4% 인상됐고, 내년에도 10.9%가 오를 예정이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감원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제)로 12시간 맞교대인 경비 근무시스템을 3교대제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파트 주민투표가 이같은 ‘개선안’을 가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안업무 및 관리비 부담 등만 따지면 합리적이지만, 1986년 6월에 완공된 낡은 아파트 특성상 아파트 경비원들의 기타 업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경비원들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통상 보안업무 외에도 ▲주차 관리 ▲재활용 쓰레기 정리 ▲택배 대리 수령 및 전달 ▲제설 및 예초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매일 운영되던 경비실도 격일제 운영으로 바뀐다.

이같은 업무 때문에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과정에서 입주자들은 경비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인건비를 조정하고 보조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가구별로 경비실 운영비 보조를 위해 두 달에 한번씩 2만원 상당의 자치운영비를 내는 식이다.

장 실장은 지난 1999년부터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 실장이 경비실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장 실장은 지난 19일 ‘고용 쇼크’ 대응을 위한 당·정·청 고위급 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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