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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재취업 비리’ 공정위의 쇄신 다짐, 시늉에 그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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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퇴직 간부 재취업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찰이지난 16일 정재찬 전 위원장 등 전ㆍ현직 공정위 고위 간부 12명을 기소한데 따른 것이다. 수사결과 공정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 16곳에 압력을 가해 퇴직 간부 17명이 고액 연봉을 받고 재취업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최대 위기”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공정위 퇴직 간부들이 취업한 곳은 삼성, SK, 현대ㆍ기아차 등 시장 우월적 지위가 막강한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다. 불공정 행위 가능성이 큰 기업들인 만큼 공정위 감시가 집중돼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정위는 감시를 느슨하게 해 주는 대가로 퇴직자들의 특혜 취업을 구한 셈이 됐다. 전속고발권 등을 근거로 공정위가 대기업의 ‘불공정 편의’를 봐주며 수많은 경쟁기업과 중소기업,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동안, 공정위는 불법 특혜를 누렸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공정위는 인사 부서인 운영지원과에서 아예 퇴직 고위간부 ‘재취업 계획안’을 작성해 공공연히 기업에 특채를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고시 출신은 연봉 2억5,000만원, 비(非)고시 출신은 연봉 1억5,000만원’ 등으로 정한 ‘재취업 조건’까지 기업에 제시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게 재취업한 퇴직자들은 연봉 2~3억원, 월 업무추진비 수백만 원, 차량과 차량보조비까지 받으며 ‘공정위 로비’에 나선 정황이 짙다. 심지어 ‘출근할 필요 없다’는 계약조건의 재취업도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독점적 법 집행 권한이 공정하지 못하게 행사됐다는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전속고발제를 부분 폐지하고, 법 집행 권한을 지자체에 분산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했다. 또 공정위가 퇴직자 재취업에 관여하는 걸 일체 금지하고, 퇴직자와 현직자의 사건 관련 접촉도 금지하는 조직 쇄신 방안도 냈다. 하지만 권력기관 쇄신은 늘 시늉에 그치기 십상인 게 문제다. 공정위가 과연 법적ㆍ도덕적으로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을 향해 나아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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