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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왜냐면] 4대강 복원, 정치보다 기술이 먼저다 /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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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보전연구본부장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럽의 라인강을 4대강 사업의 모범으로 삼았다. 4대강 사업의 실패는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라인강은 자연하천이 아니라 망가진 강이다. 평상시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 자연하천으로 보이지만 뱃길을 이용하기 위해 수백년 동안 인위적으로 변형한 강이다.

강 양쪽에 수많은 구조물을 설치하여 강 중앙으로 물을 몰아 수심을 깊게 한 결과 유속이 빨라지면서 강바닥이 낮아졌다. 지하 수위가 낮아져서 강 주위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 옆에 인공하천을 만들고 곳곳에 보를 만들었다. 낮아지는 강바닥을 높이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모래와 자갈을 강에 투입하고 있다. 수십년간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것이 라인강의 현실이다. 개발은 쉽지만 복원은 어렵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사례이다. 4대강 문제도 비슷하다.

4대강 보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녹조 예방이나 생태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16개 보 수문 전체를 개방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문을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한 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보 개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점이다. 강바닥의 복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모두 4억5900만㎥의 모래가 강에서 파헤쳐져 준설되었다. 상상하기 힘든 양이다. 10m 너비의 벽을 10m 높이로 4590㎞ 쌓을 수 있는 양이다. 만리장성과 같은 길이다. 이 막대한 양의 모래를 다시 어떻게 복원하느냐 하는 문제는 보의 수문을 여는 문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문 개방 여부도 대규모 준설로 인한 강바닥 변화와 직접 연계되어 있다. 수문을 개방하면 낮아진 강바닥으로 인해 4대강 사업 전보다 수위가 내려가게 되어 주변 지하수위도 낮아지고 취수장에서 취수도 할 수 없게 된다. 취수를 위해 수위에 맞춰 취수구를 조정하더라도 앞으로 강바닥은 더욱 낮아지게 되어 또다시 취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4대강의 복원을 위해 강바닥을 다시 높이게 되면 수문 개방 이후 낮추었던 취수구를 또다시 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취수구 조정 문제로 개방이 지연되고 있는 보의 개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전면 수문 개방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취수구나 지하수 문제를 해결한 뒤에 보를 개방하겠다는 정부도 대규모 준설로 크게 변화되어 있는 강바닥의 복원에는 아직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보 개방과 강바닥 복원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강바닥의 복원 없이 보 개방만으로는 복원의 첫발을 내딛기도 어렵다. 4대강 복원을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는 이유이다.

4대강과 같은 대규모 개발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 유사한 복원 사례도 없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독일 이자르강은 7.3㎞ 복원을 위해서 7년이란 세월 동안 3700억원이 투입되었다. 4대강 사업에서 보강한 제방만 780㎞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이다.

대규모의 4대강 복원을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 구상조차도 없다. 비교적 단순한 보 개방이나 매우 복잡한 강바닥 복원과 더불어 생태 복원, 수량 및 수질 복원, 지하수 복원 등이 모두 4대강 복원과 연계된 문제이다. 정치 논리나 감성적 주장으로 풀기 어렵다.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계층이 참가하여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대안을 만들어내는 기반에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4대강 복원을 위한 기술 개발이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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