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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희정 재판, 법리·사실·심리 모두 잘못"…검찰 항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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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리 오해·사실 오인·심리 미진 3가지 이유 항소

1심 "김지은 진술 믿기 어려워"…'그루밍' 감정도 배척

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53).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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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검찰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20일 오후 법리 오해·사실 오인·심리 미진의 3가지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1심 판결이 난 이후 6일 만이다.

검찰은 각 항소 사유를 일일이 따져가며 불복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법리 오인'에 대해 2017~2018년 대법원 판례 5건을 근거로 들면서 "대부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유죄가 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들"이라며 "위력이 아닌 듯한 사안도 (항소심과 대법원은) 유죄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전 지사 사건은) 명백하게 위력이 인정되고 위력으로 간음한 것도 인정된다"며 "1심은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했고, 이는 대법원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 오인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 많다"고 분석하면서 "증거자료가 충분히 있음에도 피해자의 진술은 쉽게 배척하고 피고인 이야기는 그대로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심리 미진과 관련해 "애초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안 전 지사 측에서 원했던 사람들로 전문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심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항소 이유를 설명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결국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가려지게 됐다.

◇법원, 김지은 진술·'그루밍' 감정 배척…"안희정 소통하는 정치인"

검찰은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의사를 표시했을 뿐 아니라 피해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며 "인적·물적 증거에 의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인 서부지법 형사11부 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피해자 김지은씨(33)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위력이 행사된 증거가 없다며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오히려 안 전 지사를 코피를 흘리는 운전 수행비서 대신 운전하거나, '무기명 토론방'을 운영하는 등 '소통하는 정치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한 검찰의 증거를 송두리째 배척한 셈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담배'를 달라는 지시를 받은 후 안 전 지사의 비서실장 신모씨로부터 '들어가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면서 "담배를 피고인 방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만 보내기만 했어도 간음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씨가 '그루밍' 상태에 빠져있었을 수 있다는 심리분석 전문가의 감정 역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이 약 한 달 사이에 그루밍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학습된 무기력' 혹은 '해리' '심리적 얼어붙음'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배척하면서 "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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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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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항소심서 '진술 신빙성' 주력할 듯…위력 새 법리 끌어낼까

법조계는 검찰이 핵심쟁점인 '위력행사'와 '진술 신빙성' 중 후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항소심 전략을 짤 것으로 전망한다.

두 사람의 내밀한 사적 공간에서 행사된 위력의 흔적을 찾기보다 김씨의 진술 신빙성을 담보하는 증거를 보충하는 것이 항소심 승부에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사실심'이기 때문에 검찰의 증거를 관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항소심은 법리를 새로 개발하는 것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현격한 권력관계와, 이 관계 속에서 나타난 앞뒤 행위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현율 변호사도 "검찰이 진술증거를 보강한다면 항소심에서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며 "안 전 지사가 성관계 순간에서는 다른 인격을 보였을 수 있다는 증거, 혹은 김씨의 피해 당시 심리상태에 대한 보충 의견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이 사실심인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다툰 후,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위력'에 대한 폭넓은 법리해석을 끌어내는 장기전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률심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심리·판결하지 않고 이전 재판의 법리해석이 제대로 된 것인지만 판단하는 재판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상 위력은 입증보다는 해석의 문제"라며 "위력의 행사에 대한 증거를 보충하는 것보다 대법원에서 '위력'에 대한 폭넓은 법리해석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대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준다면 '업무상 위력'의 행사 범위를 판단한 최초의 판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성인 간 위력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한 건뿐이다. 그마저도 물리력 행사에 의한 준강간 사건이었다.

최고 상급심인 대법원의 판례는 이후 동종 범죄를 다루는 하급심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안 전 지사의 재판이 향후 미투운동의 향방을 좌우할 '미투 1호 판결'이라 불리는 이유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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