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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공정위 퇴직 선배 만남 금지…재취업 이력도 10년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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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와 현직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하 현직자)이 사건과 관련해 사적으로 접촉하는 걸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출신의 외부인이 인맥을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는 취지다. 또한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기관이나 소속 계열사 등에 재취업하는 경우, 그 이력을 공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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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공정위원장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조직 쇄신방안 발표를 한 뒤 굳은 표정으로 보도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18.8.20 cityboy@yna.co.kr/2018-08-20 12:00:0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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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공정위 퇴직자의 부적절한 재취업 관행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과 김모 전 운영지원과장, 지철호 현 부위원장 등 9명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위원장 등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 예정인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 기업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민간기업 16곳이 공정위 퇴직자를 18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채용 시기와 기간, 급여를 직접 결정하며 기업을 유관기관처럼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또 퇴직을 앞둔 간부들이 공직자윤리법을 피해 재취업할 수 있도록 미리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 내는 등 조직적으로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20일 직접 브리핑에 나서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재취업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관행, 일부 퇴직자의 일탈 행위 등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를 공정위 창설 이래 조직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 쇄신 대책엔 재취업 알선 관행을 없애고, 재취업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 등 9개 방안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우선 앞으로 공정위는 어떠한 명목인지 불문하고,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자와 현직자가 사건과 관련해 사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도 철저히 감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식적 대면접촉뿐만 아니라 사무실 전화나 공직 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접촉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쇄신 방안엔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기관 및 그 소속 계열사 등에 재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10년간 그 이력을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경력을 관리해주는 관행도 없애기로 했다. 4급 이상 현직자는 원칙적으로 비(非)사건 부서에 3회 이상 연속해 발령하지 않는 방식이다.

또한 퇴직 예정자의 재취업 자체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별승진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정위 현직자가 퇴직자나 기업, 로펌 등 공정거래 업무 관계자와 외부 교육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행위나 기업이나 로펌 관계자를 상대로 하는 유료 강의도 금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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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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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간의 부적절한 관행이 공정위가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던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권한을 분산시키고, 사건 처리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쇄신 방안을 두고 공정위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반성해야 할 일을 저지른 건 사실”이라면서도 “어디까지가 사적이고, 어디까지가 공적인지 불분명한데 친한 선배와 밥 먹는 것까지 제한하겠다는 건 인연을 끊고 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는 산하기관이 거의 없어 인사 적체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이에 대한 해법 없이 과도하게 옥죄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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