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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자금줄·킹크랩 영상 못찾아… 특검 '한 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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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영장 기각… 수사연장 못 하면 불구속 기소

특검팀 관계자들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인 19일 "영장 재청구는 어렵다"고 했다. 특검의 1차 수사 기간(60일)은 오는 25일 끝난다.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에 새 증거를 찾아내 다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지만 대통령 승인을 얻어야 해 쉽지 않다. 결국 김 지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구속영장 기각이 곧 무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 지사의 구속 여부와 별도로 그간 특검 수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은 작년 대선 전후로 인터넷 기사의 댓글 118만 개를 조작한 드루킹 일당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세간의 관심은 '김 지사의 배후'였다. 이것을 밝히는 유력한 방법은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할 때 쓴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드루킹은 그가 조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을 통해 댓글 조작을 했다. 드루킹은 경공모 유지 비용이 한 해 11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이 댓글 작업을 한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는 한 달 사무실 임대료만 485만원이다. 그런데 특검팀의 '돈 흐름' 수사는 고(故)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 측에게서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것이었다. 김 지사 수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는 여러 증거를 찾았다고 했었다. 그런데 특검이 최근 김 지사의 영장심사에서 내놓은 핵심 증거는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는 식의 드루킹과 일부 측근의 진술이었다고 한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영상 등)나 김 지사 측 관계자들의 증언은 제시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지난해 드루킹 일당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 등을 제안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런데 드루킹은 특검 조사에서 "지방선거가 아니라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를 도운 대가로 그런 제의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은 이미 선거법상 공소시효(6개월)가 지났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검 수사가 사건 본질로 가기 위한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향후 재판에서 양측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시범을 봤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인정되면 김 지사는 댓글 조작 공범으로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죄로 처벌되는 것이다. 일반인은 이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김 지사의 경우 당시 국회의원이었고, 대규모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어 유죄로 인정될 경우 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도지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지사직을 박탈당한다. 특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해 김 지사를 기소할 경우 '직위 상실' 기준은 더 낮아진다.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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