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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독자 발언대]난파선 위기 맞은 황새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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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전 황새생태연구원장)


충북 음성에서 한반도 마지막 황새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1997년 한국교원대는 ‘황새복원 2000’ 출범식을 가졌다. 황새복원은 자연과학적 방법에 의한 ‘야생 복귀’라는 이름으로 전문가의 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 황새복원의 배에 탄 선원(연구원)들과 황새들의 구조 요청에도 문화재청과 교원대는 ‘배 밑의 구멍 메우기’만 하고 있다.

자연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학문이다. 황새복원은 한반도 과거 번식지 복원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 공간에서 황새가 살 수 있을 것인지를 규명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교원대는 전문가가 황새복원을 시작했지만 그 분야 교수가 퇴임했는데도 후임자를 뽑지 않았다. 당초 이 사업을 시작한 주 목적은 교원대의 대외홍보였는데 21년이 지나자 대학 측은 황새복원을 통한 학교 홍보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퇴임을 하면 그 자리에 같은 분야 사람을 쓰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교원대는 지난 학기 전임자의 동물학전공 대신 교사임용시험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동물생리학 분야를 뽑았다. 결국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연구원들이 황새복원 연구를 포기하고 떠나고 있다.

더욱이 관계당국은 나랏돈 수십억 원으로 교원대 사육장 보수·증축을 할 계획이다. 이는 난파선에서 생명체 구조보다 배 밑의 구멍만 메우려는 처사와 다름없다.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에 연구가 왜 필요한가. 우선 불필요한 국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문화재청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연구목적 사업으로 설립된 예산황새공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작 이곳에 있어야 할 공원의 원장 자리에 황새복원 전문가는 없다.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전문가의 부재가 ‘한반도 황새복원선’을 침몰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니 예산군이 황새공원 안에 미니동물원을 짓고 있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교원대 총장은 지금이라도 구성원들에게 교원대 땅에 황새 사육장을 지속시켜야 할지를 물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이를 원치 않으면 21년 전의 황새복원 출범 상황과 달라졌음을 문화재청에 알려야 한다. 사육장 보수와 증축에 수십억 원의 국비를 쓸 경우 교원대와 황새들에게도 큰 불행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재청도 교원대에서 사육 중인 70여 마리의 황새 처리 문제와 관련해 2015년도에 나온 ‘황새아랫마을사업’을 재고해야 한다. 또 예산황새공원 원장은 대외 공모로 전문가를 초빙해 이 사업이 원래의 연구 사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나서주길 당부한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전 황새생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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