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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비강남도 무섭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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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성동-동작 등 7개구 아파트값 누적상승률, 강남3구 앞질러

동아일보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서울의 집값 오름세는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에 들어설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공사 현장.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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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은 물론이고 기존 아파트까지 사겠다는 문의가 쏟아지면서 한 달 사이 이 일대 아파트 매매가가 2000만∼3000만 원씩 뛰었어요. 그동안 강남권은 많이 올랐으니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강북권이 뒤따라 오르는 거죠.”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E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근처 홍제원힐스테이트의 전용면적 59m² 아파트는 이달 5억4000만 원에 계약됐다. 한 달 전 대비 3000만 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그는 “서대문구 일대는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매수 문의가 온다. 원래 실수요자가 많이 찾던 동네인데 최근에는 1억∼1억5000만 원의 자금으로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아파트가 없느냐는 문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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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경고에도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강남권과의 격차가 줄어들어 다시 강남권이 들썩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부동산시장의 매수우위지수는 1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15% 올랐다. 서대문(0.28%), 양천(0.27%), 도봉(0.27%), 구로(0.25%), 강서(0.24%), 은평구(0.24%) 등 그동안 저평가됐던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올해 아파트값 누적상승률만 봐도 마포(14.3%), 성동(14.3%), 동작(13.8%) 등 비강남권 7개 자치구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평균 상승률(11.2%)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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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마곡동의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말에 전화 문의가 쏟아져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니까 지금이라도 무조건 사둬야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동작구 상도동의 T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내 집 마련 수요는 견고한데 양도세 중과와 의무 임대기간이 긴 임대주택 증가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이 일대 아파트 호가가 신축, 구축 가리지 않고 한 달 새 1억 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의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133.7로 지난해 7월 31일(148.7) 이후 52주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의 O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얼마 전에 옥수하이츠 전용 84m² 아파트를 10억 원 중반에 계약할 뻔했는데 매도자가 마음을 바꿔 거의 1억 원 더 비싼 11억5000만 원을 달라고 해서 거래가 무산됐다”며 “지금 팔면 손해라는 생각에 집주인이 계약 직전 가격을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비강남권의 가격이 줄기차게 오르면 강남권이 다시 ‘격차 벌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서울 전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와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84m²대 아파트가 30억 원 이상에 매물로 나왔고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반등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은 대기 수요가 언제나 넘치기 때문에 비강남권과 격차가 줄어들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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