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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시진핑의 9·9절 방북, 북-미 4차 협상에 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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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싱가포르 매체 보도…중국 최고지도자 13년만

시진핑 4년 전 북한보다 한국 먼저 방문 ‘파격’

더딘 북-미 협상에 ‘중국 책임론’ 우려도 주목

이달 말 폼페이오 방북 결과가 마지막 변수될 듯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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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해 ‘건국절’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시 주석이 방북을 결단할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아 계획이 현실화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시 주석이 9월9일 열리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9월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은 있었지만, 북-중 당국은 이에 대해 함구해왔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면, 2005년 10월 전임 후진타오 주석 이후 13년 만의 방북이 된다. 시 주석 개인적으론 2008년 국가 부주석에 취임한 직후 북한을 찾은 지 10년 만의 방북이다. 중국 고위급 인사의 마지막 방북은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5위)의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참석이었다.

시 주석의 방북이 실현되면 향후 북-중 관계 발전에 근본적 영향을 끼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북한의 핵개발과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중 관계가 껄끄러워지자, 집권 1기(2012~2017년)였던 2014년 7월 중국 최고지도자로선 처음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찾았다. 이후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참여로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비핵화를 위한 적극적 대화에 나서며, 북-중 관계도 급호전되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말 이후 세차례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북-중 관계를 “순치의 관계”라 불렀고, 김 위원장도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연이은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북한을 찾으면, 그동안 지체돼온 양국 간 경제협력을 포함한 북-중 관계는 또다른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북이 성사될지는 더 두고 봐야 안다는 의견이 많다. 미-중이 무역전쟁 등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북-중이 지나치게 접근하면, 중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더뎌진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협상이 원하는 대로 진척되지 않자 시진핑 주석을 ‘포커 플레이어’라 부르며 경계해왔고, 16일 백악관 국무회의에서도 “(북-미) 관계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 때문에 조금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내가 무역에서 하는 일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북-중 관계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5월24일 ‘중국 배후설’ 등을 이유로 회담을 전격 ‘취소’한 적도 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합리적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3번이나 중국을 방문했으니 시 주석이 방북할 이유는 많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대북 경제)제재로 중국이 북한에 뭔가 줄 게 없기 때문에 실제 방북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시 주석의 방북 여부는 현재 긍정적인 신호가 흘러나오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에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8월 말’로 예정된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시설 신고’를 교환하는 ‘빅딜’이 이뤄질 경우 시 주석의 평양행을 가로막는 정치적 부담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3차 방북 때처럼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할 경우 시 주석의 운신의 폭은 크게 줄어든다.

미 국무부는 시 주석 방북 의도와 영향을 묻는 19일 <한겨레> 질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목표에 이르는, 신뢰할 만한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도록 중국이 그 고유한 지렛대(레버리지)를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섣불리 북한을 방문하기보다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베이징 워싱턴/김외현 황준범 특파원, 노지원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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