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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빚 갚으러' 홍수 피해 구조 나선 인도 어부 1천2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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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케랄라 州 홍수 피해 지역서 맹활약

목숨 걸고 아기 구한 구조대원 등 '영웅담' 속속 나와

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수마(水魔) 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든 1천200명의 어부들부터 아기를 안은 채 목숨 걸고 다리를 건넌 구조대원까지.

'100년 만의 홍수'가 인도 남부 케랄라 주(州)를 강타해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감동적인 구조 이야기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인도 유력 일간지인 힌두스탄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홍수 피해 구조작업에서 '이름없는 영웅'으로 활약하는 케랄라 어부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랄라 어부 1천200여명은 460척 이상의 배를 동원해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부터 끝없이 쏟아진 비로 케랄라 전역이 혼란에 빠지자 생업을 접고 곧바로 피해 지역으로 향했다. 정부의 구조 요청이 오기도 전에 자비를 들여 트럭을 빌린 뒤 배를 실었다.

이들이 동원한 배는 대부분 중대형급이 아니라 배 뒤편에 작은 모터가 달린 소형 어선이다.

이 어선들은 강한 암류(暗流)를 피해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에 잠긴 도로나 갑자기 불어난 급류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기에 적합한 배인 셈이다.

메르치쿠티 암마 케랄라 주 어업장관은 "이들 바다의 아들은 고립된 많은 이들을 구했다"며 "이들은 사람들의 롤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어부들은 지난해 주민들에게서 받은 도움을 되갚기 위해 이처럼 인명구조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작업에 나선 어부 중 한 명인 루빈은 "작년 사이클론 피해로 우리의 삶도 똑같이 파괴된 적이 있다"며 "우리는 그저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급류에 곧 잠길 듯한 다리를 가로지르며 전력 질주한 한 구조대원도 화제가 됐다.

그는 삼킬 듯이 발 밑으로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빗줄기를 뚫고 내달렸는데 한 손으로는 아기를 꼭 안은 상태였다.

이 영상은 현지 TV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되며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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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에 극적으로 구조된 뒤 곧바로 무사히 출산한 산모 이야기도 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25살의 사지타 자빌은 케랄라 주에서도 최악의 홍수피해를 겪은 에르나쿨람 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마을이 온통 비로 잠긴 가운데 산통이 왔고 양수가 터진 위급한 상황 속에서 인도 해군에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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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TV는 유기견 25마리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다며 구조를 거부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집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가운데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유기견도 함께 가야 한다며 구조를 거부했다.

이에 구조대는 동물복지단체 관계자와 함께 다시 집을 찾아 이 여성과 유기견을 모두 극적으로 구했다.

구조대가 두 번째 도착했을 때는 집이 대부분 잠긴 상태로 유기견들은 침대 위에 모여있었다고 NDTV는 전했다.

케랄라 주에서는 지난 8일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2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시작된 몬순 시즌부터 따지면 희생자 수는 357명에 달한다고 NDTV는 보도했다.

케랄라 주가 이 같은 재난을 겪은 것은 1924년 이후 거의 10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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