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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말레이시아에 공들이는 중국, 일대일로 불씨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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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베이징에 앞서 저장(浙江)성 항저우를 방문했다. 알리바바그룹 본사에서는 모바일 결제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지리자동차에서는 신에너지 차량 분야 협력을 약속받으며 경제적 실리를 먼저 챙겨갔다.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일 밤 베이징 셔우두공항에 도착한 마하티르 총리를 직접 마중나갔다.

위기에 봉착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사업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이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마하티르 총리의 방중 결과가 일대일로의 향후 행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정부는 22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중단하고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곳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통로여서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친중 성향의 나집 라작 전 정권은 “일대일로는 역사적인 중요한 구상”이라고 평가하며 적극적 참여를 약속했지만 정권이 바뀐 후 일대일로를 둘러싼 중국과 말레이시아 협력은 위기를 맞았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마하티르 정부는 수익성이 없는 철도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파키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등지에서도 일대일로 추진에 따른 불공정 계약, 불어나는 부채 등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졌다. 스리랑카는 부채 11억2000만달러(약 1조2600억원) 탕감 조건으로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중국 초상그룹에 넘겼다. 파키스탄은 620억달러(약 69조원)의 합작사업인 라호르 경전철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고민하는 처지다. 미얀마 정부도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대일로 협력을 둘러싸고 아시아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일대일로에서 이탈하면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된다. 중국이 이번 마하티르 총리 방중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20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연달아 이어지는 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2013년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발표했다. 100여개의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면서 중국의 굴기를 과시했지만 최근 잇따른 잡음으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미국이 일대일로 맞대응 조치로 보이는 인도·태평양 투자 계획까지 발표했다. 7월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에너지, 그리고 인프라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1억13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에서는 일대일로에 한참 못 미치지만 영향력에서는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일대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 총리는 17일 새로 선출된 임란 칸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총재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또 다음달 초에는 베이징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연다. 시 주석은 2기 집권 들어 첫 해외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등 이 지역에 공을 들였다. 아프리카는 유럽과 함께 일대일로의 종착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협력포럼을 계기로 이뤄지는 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 투자, 원조 등 선물보따리를 안기며 일대일로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와도 공사단가를 낮추는 등 통 큰 양보를 통해 일대일로 살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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