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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미디언이 최연소 총리로’… 변화 선택한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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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체제 정당’으로 6월 총선서 제2당 차지

중도·좌파 정당과 연정해 최연소 총리에

보수 정당 “국가정치 경험 없는 저렴한 연예인” 비난



동유럽의 슬로베니아에서 코미디언 출신 총리가 탄생했다. 정치에 대한 슬로베니아인들의 불만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기성 정치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정치 신인에게 모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슬로베니아 의회는 17일 찬성 55, 반대 31로 ‘마랸 샤레츠의 리스트(명단)’(LMS·이하 리스트당)당의 마랸 샤레츠(40) 대표를 총리로 선출했다. 샤레츠가 이끄는 리스트당은 ‘반체제 정당’을 표방하며 올해 6월 총선에서 전체 의석 90석 중 13석을 차지해 제2당이 됐다. 슬로베니아 중도·좌파 정당들은 ‘반난민 정책’을 앞세워 25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된 보수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을 배제하고 연정에 합의해 샤레츠를 총리로 지명했다.

샤레츠 신임 총리는 코미디언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2000년대 이후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정치 풍자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북부의 산악마을 캄니크의 시장에 당선된 후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반체제 정당 리스트당을 조직해 재선에 성공한 샤레츠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해 결선투표에서 47% 득표율로 아쉽게 패했다. 정치를 시작한 지 7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샤레츠는 당시 대선 패배를 인정하며 “정치신인인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슬로베니아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8개월 뒤 슬로베니아 국민은 샤레츠가 이끄는 신생정당 리스트당을 제2당으로 만들었다. 슬로베니아민주당이 사회적 논란이던 반난민 정책을 앞세워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지만 과반에 한참 못 미친 2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당을 이끈 야네즈 얀샤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벌어진 뇌물 스캔들로 구속되는 등 민심을 크게 잃은 상태였다. 샤레츠 대표는 얀샤 전 총리와 슬로베니아민주당을 시대착오적 인물과 정당으로 규정하는 전략으로 중도·좌파 성향의 정당들과 연정을 주도해 총리직에 올랐다. 과테말라의 지미 모랄레스(49)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을 이끈 베페 그릴로(70) 등도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적 성과를 낸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다.

국민의 열망과 달리 샤레츠 신임 총리가 당장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정에 참여한 다섯 정당 의석수를 모두 합쳐도 과반에 못 미치는 43석이다. 얀샤 전 총리는 트위터에서 샤레츠 총리를 “국가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저렴한 연예인”이라며 “그가 이끄는 좌파정부로 인해 국정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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