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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정부·여당, 삼성전자·SK하이닉스 ‘ICT기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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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정,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추진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CT 아냐” 해석 논란

통계청·산업부에 삼성·SK도 “ICT 기업” 갸우뚱

참여연대 “특정기업 염두에 둔 짜맞추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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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아니라고?”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관련한 재벌 사금고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산 10조원 이상 재벌 원칙적 금지와 ICT 분야 자산 50% 이상 예외적 허용’ 방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은 ICT 기업이 아니어서 특혜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의결권 기준 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34~50%로 늘려주는 내용의 법안을 심사하면서 이런 내용의 재벌 사금고화 방지 장치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통계청 산업분류 중 ‘특수분류’를 보면 ICT산업에는 반도체·휴대폰·액정표시장치 등이 모두 망라돼 있어, 삼성전자(가전 제외)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당연히 포함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산업분류는 기업이 아닌 사업장(공장) 단위로 적용되는데, 반도체·휴대폰 공장은 모두 ICT산업에 속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도 ICT산업을 담당하는 전자부품과와 전자전기과에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모두 맡고 있다. 삼성과 에스케이 스스로도 “가전을 제외한 반도채·휴대폰·액정표시장치는 모두 ICT사업”이라며 정부여당의 해석에 고개를 가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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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며 법제화 작업에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 여당간사인 정재호 의원실은 19일 “법 조문에는 예외적 허용 업종을 ICT가 아니라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상 ‘정보통신업’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통신업에는 신문·방송·영화·게임·시스템통합·전기통신·인터넷포탈 등 다양한 업종이 망라돼, 이들 모두를 혁신적 ICT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또 정보통신업에는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씨앤씨(현 에스케이), 엘지씨앤에스 등 시스템통합(SI) 업체와 에스케이텔레콤·엘지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도 모두 포함된다. 정부·여당이 ‘ICT 자산 50% 이상’ 예외허용 기준을 그룹 단위로 적용할 경우 이들 기업이 당장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할 수는 없지만, 향후 그룹별 주력업종의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통계청의 산업분류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기업의 주력업종도 계속 변화하며, 업종분류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도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큰 원칙에 따라 추진하기보다 카카오·네이버 등 특정기업을 염두에 두고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예외 허용의 기준을 만드는 일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산 10조원 이상 재벌 배제 기준의 적정성도 논란거리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10조원과,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규제 적용 기준인 5조원 등 두가지다. 전성인 교수는 “10조원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 관련 기준이고, 5조원은 내부거래 관련 규제인만큼 재벌 계열사에 대한 대출로 사금고화 우려와 연관이 깊은 은산분리는 5조원 기준 적용이 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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