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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특파원 24시] 주의사당 앞 십계명비에… “종교의 자유 표현 사탄 동상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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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칸소주 비 설치法 통과시켜

각종 단체 “우리 상징물도 설치를”

시민자유연맹은 위헌 소송 제기
한국일보

16일 미국 아칸소주 리틀락시 주 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사탄 동상이 등장해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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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아칸소주 의사당 앞에서 열린 종교 자유와 다원성을 주장하는 집회에 사탄 동상이 등장, 소동이 벌어졌다. 주 의회가 의사당 앞에 십계명비를 세운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의 시위인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 사탄이란 극단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퍼포먼스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다.

16일(현지시간) 아칸소주 리틀락시 주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등장한 2.4m 높이의 동상은 얼굴은 산양이고 몸은 사람 형태를 한 괴수인 ‘바포메트’(Baphomet)였다. 유럽 중세 시대부터 사탄의 대표적 형상으로 여겨져 왔다. 이 동상을 제작한 사탄 사원(Satanic temple)의 공동 설립자인 루시앙 그리브스는 집회에서 “아칸소의 선량한 시민과 종교의 자유를 지지하는 분들에게 바포메트를 선물하겠다”며 “이 동상은 다원성과 법적 평등, 관용, 자유로운 연구와 양심의 자유 등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제이슨 레이퍼트 주 상원의원이 발의해 통과된 법에 의해 지난해 아칸소주 의사당 앞에 십계명비가 설치되자 언론ㆍ출판ㆍ종교의 자유를 천명한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사탄 동상도 설치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집회 현장 한편으로 성경 포스터를 든 기독교인들이 일부 모였고 바포메트 동상 제막식 도중에는 한 남성이 “지옥으로 떨어져라”고 소리를 치며 중단시키려 했으나 경찰 제지로 양측 간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사탄 동상의 발단이 된 십계명비 설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오클라호마주 의회가 의사당 앞에 십계명비를 설치했을 때도 사탄 사원을 비롯해 각종 단체들이 자신들의 상징물도 세워 달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미국 최대 시민권 단체인 시민자유연맹(ACLU)이 공공 장소에 특정 종교 상징물을 세우는 것은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결국 2015년 오클라호마주 최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ACLU는 아칸소주의 십계명비 설치에도 소송을 제기해 십계명비 논란 2회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ACLU는 그러나 이 논란에 끼어들어 사탄 동상까지 제작한 사탄 사원 측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탄 사원은 ACLU의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으나 정작 ACLU는 법원에 사탄 사원의 소송 참여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사탄 추종자들이 실제 사탄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고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탄 이미지를 활용하는 성격이 짙지만, 이런 위악적 행태가 오히려 부정적 여론만 확산시킨다고 보는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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