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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터키관계 왜 악화됐나…"트럼프, 에르도안에 모욕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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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르도안, 7월 나토정상회의서 막판에 만나

트럼프, 브런슨 석방 에르도안과 합의했다고 생각

브런슨 가택연금에 놀라 에르도안 벼랑끝으로 몰아

뉴시스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나토 정상회담 도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8.7.12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까지 갔는데도 미국과 터키 간 외교관계는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터키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요청을 거부했고, 미국은 터키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터키는 "아주, 아주 나쁘게 행동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앉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은 양국 간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고, 심지어 미국과 터키의 동맹관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이자 '새로운 술탄'이라는 저서를 쓴 소너 카갑타이는 "미국과 터키 관계는 지금 한동안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양측은 격렬하게 (여러가지 의제들에서 서로)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석방 뿐 아니라 서로 충돌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카갑타이가 말하는 의제들에는 터키가 테러집단으로 간주하는 쿠르드족 민병대 YPG를 미국이 시리아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나, 미 펜실베이니아에 머물고 있는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의 신병인도 문제가 포함돼 있다. 또 이란 정부가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로 터키 국영은행 할크뱅크를 미국이 처벌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카갑타이는 이런 상황에서 브런슨 사태까지 벌어져 더 큰 혼란이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료들 간의 위기에서 대통령 수준의 위기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7월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막판에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국이 이스라엘에 억류된 터키 여성 석방을 보장하고, 터키는 브런슨을 석방하기로 서로 합의했다는 인상을 받고 브뤼셀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 브런슨은 석방되기보다는 가택연금이 됐고, "트럼프는 (에르도안이)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것으로 느꼈다"고 카갑타이는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브런슨 사태를 벼랑 끝으로 밀고 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카갑타이는 "브런슨의 무조건적인 석방없이는 관계 정상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17.5.17.


하지만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는 더 폭넓은 거래의 일부로 브런슨을 이용하기 위해 자국 언론매체를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할크뱅크에 대한 처벌을 줄이고, 그 은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확대 조사를 좌절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브런슨을 이용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됐지만, 아직 한가닥 희망은 남아 있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카갑타이는 "에르도안은 트럼프와 위기를 원치 않았고, 그는 지금 자신이 직면한 다른 위기들과 현 상황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보고 있다"면서 "에르도안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환시키는데 도가 텄다"고 설명했다.

미 민간 연구조직인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전문가 애런 스테인은 두 정상이 여러 단계에서 서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과 "친한 척" 시도했는데도 불구하고 브런슨이 석방되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터키와의 오랜 동맹이 깨질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미 대통령은 없다는데 오랫동안 내기를 해온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당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스테인은 "그들은 새로운 사람을 상대로 오래된 룰에 따라 내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카갑타이는 "에르도안이 브런슨을 석방할 때까지 양국 간 정치적 유대관계는 긴장될 것"이라며 "미국과 터키 동맹이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군대와 정보 협력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alway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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