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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닝아웃] ①“난 신념에 따라 지갑을 연다”…생각하는 소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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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텀블러(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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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는 ‘2018 트렌드 코리아’에서 ‘미닝아웃’이라는 용어를 올해의 트렌드로 선정했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정치적, 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제 미닝아웃 족은 SNS만 타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상품을 소비하고 특정 기업을 거른다. 소비자로서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권한을 누리는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가 된 미닝아웃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 30대 직장인 이은영 씨는 외출을 할 때 짐이 많아졌다. 이유는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플라스틱 대란을 보면서 느낀 게 많다. 카페 안에선 일회용 컵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들고 다니기로 했다. 짐이 많아지면서 불편한 점은 있지만 친구들에게도 텀블러 사용을 권하고 있다.

# 20대 대학생 이진아 씨는 달력에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 별표 표시를 해 놨다. 여성소비총파업 날이다. 여성 혐오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대해 접했고 꾸준히 공부를 하면서 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에도 동참하게 됐다. 단 하루, 소비를 멈춰서라도 기업들에게 여성들의 영향력을 전할 수 있다면 하루쯤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다.

가격만 따져서 소비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경기 불황 속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중요시하는 일명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아내는 것에 자체에 재미를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가격과 품질만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가심비’(價心費) 혹은 플라시보 소비, 즉 마음을 만족시키는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의 만족감은 물론 구매를 통해서 소비자는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다. 값싼 가격에 구매욕이 따라오지 않는다.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서 소비를 결정한다. 그야말로 생각하는 소비다.

디지털광고 전문 기업인 DMC미디어가 지난 4월 발표한 ‘40대 소비자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만 보더라도 이런 성향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인지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등 '의식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고 밝혀졌다. 여성의 79%가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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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몬드 평화의소녀상 배지(사진=마리몬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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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매 운동부터 윤리적 소비까지

과거엔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생각을 드러내는 자체를 꺼렸다면 이제 젊은 세대들은 SNS를 타고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노출한다. 이들은 SNS에서 해시태그(#)를 달고 다양한 캠페인에 목소리를 낸다.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정치, 사회, 환경, 동물권, 젠더 이슈 등 그야말로 무한대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거나 미투 피해자를 응원을 보내는 움직임은 SNS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소비도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불매 운동이다. 정치적,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브랜드에 대해서 당당하게 거부 의사를 보낸다. 하지만 단순히 특정 기업, 상품을 거부하는 ‘불매 운동’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범위와 영향력은 확장되고 있다. 공장형 도축 산업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되고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거부한다. 한일간 과거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일본계 브랜드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최근 플라스틱 대란에 발맞춰 텀블러에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하며 착한 소비를 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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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파워'라는 문구가 그려진 귀걸이 착용한 수지(사진=음악중심)


슬로건이 담긴 아이템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올해 패션계 화두는 ‘메시지 패션’이었다. 각 브랜드들은 여럿 아이템의 디자이너의 신념이 담긴 메시지를 넣었다. 대표적인 것인 페미니스트 티셔츠다. 디올의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문구가 담긴 티셔츠는 셀럽들이 입어 화제를 모았고 인터넷에 페미니즘 티셔츠만 검색해도 쉽게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또 세월호 노란 리본 아이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 제품, 유기 동물들을 위해 수익금 일부를 쓰는 SAVE US의 굿즈에 쉽게 지갑을 열고 노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가장 최근에 도드라진 미닝 아웃족의 움직임은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이다. 신념에 따른 소비가 아니라 아예 소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세계 여성의 날인 3월8일을 기념해 ‘38적금’에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7월1일 처음으로 시작된 여성소비총파업은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행해진 여성총파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40%가 넘는 성별 임금 격차에 반발해 파업을 했고 올해부터 아이슬란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도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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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총파업(사진=여성소비총파업 트위터)


주 고객층이 여성임에도 여성을 향한 혐오 광고는 여전히 나오고 있고 같은 제품이라도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가격이 높은 핑크텍스 현상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소비총파업을 통해서 소비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은 물론 여성의 경제주권 확보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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