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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전형적 신흥국 버블위기 양상… 글로벌 경제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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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쇼크’ 아시아 및 글로벌 금융시장 파장은

1998년 亞 외환위기 때와 비슷… 정치적 갈등, 정치적 타결 전망도

터키 ‘리라화 쇼크’로 국내 코스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인도 루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잇달아 떨어지면서 터키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이번 사태의 진행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한국이 고령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국내외에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미국과 터키 정부 간 정치적 마찰로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과거 경제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많다. 한국이 과거와는 달리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정착돼 쉽사리 경제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 전형적인 신흥국 경제위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 사태는 막대한 외화 부채에 기대 부풀려진 버블이 터진 것”이라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처럼 터키 사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생한 신흥국 금융위기와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경제 기초가 약한 신흥국이 외화 부채로 경제를 운영하다 위기에 봉착하면 외화자금은 빠져나가고 통화가치는 떨어진다. 이후 다시 외화 부채가 급증하고,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게 된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나 태국이 이런 경로를 밟았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외화 부채 비율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65%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168%까지 치솟았다. 태국도 이 기간 55%에서 96%로 높아졌다. 터키의 외화 부채는 현재 46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5% 수준. 하지만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날마다 그 비율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를 듯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터키 사태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터키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신흥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는 모두 국지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며 “신흥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서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다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신흥국으로 금융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터키 사태가 미국과 터키 간 정치적 갈등에 따른 보복 관세 부과로 부각된 만큼 ‘정치적 타결’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견제하는 터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15일(현지 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터키에 15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등 중동 국가들이 터키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미국에는 압박 요인이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미국 내 반발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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