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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파일] 사라진 헌금…교회에서 무슨 일이?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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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헌금 횡령 사건은 공동재산인 교회를 마치 개인재산처럼 생각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그릇된 의식이 빚은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서울 명성교회가 담임목사의 부자세습으로 논란을 빚은데 이어 부산의 헌금 횡령 사건도 종교 공동체인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부산의 한 교회에 새로 부임한 신임목사가 재정담당 장로의 헌금 등 공금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해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가 목사직까지 박탈당하고 출교 처분된 사건입니다.

교회 감독기관인 노회는 목사자질에 문제가 있어 목사직을 박탈한 것이라고 했지만 신임목사측은 재정비리 문제를 덮고 가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횡령의혹의 당사자인 박모 장로측은 사과는 커녕 끊임없이 신임목사를 비방하고 예배와 설교까지 방해했습니다. 예배를 방해하고 비방하는 장면은 신도들에 의해 고스란히 휴대전화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 교회돈 횡령 문제로 교회 양분

사건이 일어난 부산 해운대에 있는 교회는 신도 100명이 채 안되는 교회입니다. 그런데 교인이 두 파로 갈려 갈등이 깊어진 것은 재정 담당 박 장로의 횡령의혹을 둘러싼 다툼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새로 부임한 신임 담임 목사는 재정담담 박 장로의 은밀한 제의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박 장로는 지난 2009년 교회를 담보로 2억 5천만 원을 대출 받아 자신이 하는 건설 사업에 투자했고 교회 근처 빌라도 교회 돈으로 매입해 원로목사 부인명의로 등기한 것 등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원로목사 퇴직금이 필요하니 교회를 담보로 3억 원을 대출하는 것을 묵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신임목사가 이는 전체 교인들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대출제의를 거절하자 목사 초빙을 주도했던 박 장로는 그때부터 태도가 돌변해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가 소홀하다며 비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신임목사는 그 후 화재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교회 등기부 등본을 떼었다가 예상치도 못하게 교회에 7억 2천만 원이 넘는 빚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박 장로는 왜 이렇게 빚이 많은지 설명은 하지 않고 지난 2009년 교회를 담보로 대출한 2억 5천만 원을 자신이 하는 건설사업 투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교회를 위한 것이었고 수익금 수 천만원도 교회에 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장로는 인터뷰 약속 하루전날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하고 취재진을 피하다가 경찰수사에 대비해 장부를 찾으러 교회에 들렀다가 취재진과 맞닥뜨렸습니다. 건네는 기자명함도 받기를 거부하던 박 장로와 원로목사는 신임목사에 대한 비방을 늘어놓더니 대뜸 투자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사업에 투자한 2억 5천만 원은 자신이 필요해서 쓴 게 아니고 경남 사천에 원룸 2개를 지으려고 사천에다 땅을 샀고 투자해서 교회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원로목사도 당시 교회가 어려워 교회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묵인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일반 교인들 모르게 교회를 담보 삼아 건설 사업에 투자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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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박 장로가 관리하던 건축헌금만 4억 원이 넘었지만 건축비 대출원금을 갚지는 않고 이자만 내며 관리해왔습니다. 교인들이 헌금한 돈 가운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노령연금도 있고 파지를 주워서 팔아 번 5천 원, 만 원도 많았다고 합니다.

박 장로는 건축헌금과 교회 재정을 관리하며 빚은 5천만 원만 남았다고 교회에 허위로 회계 보고를 했지만 돈이 다른 곳에 쓰이는 줄은 교인들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횡령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박 장로측은 사과는 커녕 신임목사에 대한 음해성 비방을 계속했습니다. 교회에서 신임목사만 마주치기만하면 욕설과 고함을 쳤다고 교인들은 증언했습니다.

급기야는 박 장로의 친인척이나 측근 교인들까지 나서 신임목사의 예배를 방해하거나 사무실에 난입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박 장로측의 예배와 설교 방해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신임목사는 할 수 없이 박 장로의 횡령의혹을 일반 교인들에게도 알리고 회계에서 손을 떼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교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박 장로와 원로목사 가족과 친인척 등이 신임목사가 교회를 분열시킨다고 비난하며 교회는 박 장로와 일반 신도측 둘로 쪼개졌습니다.

참다못한 신임목사는 지난해 7월 교회의 감독기관인 노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감독기관인 노회의 목사들도 처음에는 박 장로의 횡령의혹을 추궁하며 질책했습니다.

노회의 진행과정은 기자가 입수한 녹취록과 음성파일에도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당시 노회장은 "일반 교인들 모르게 암암리에 처리를 해야 할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거냐"고 물으니까 박장로는 "그 돈으로 조금 더 이용을 하자 그 이야기를 했다"고 답변합니다. 건축 헌금을 받아 교회 대출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며 장부상에만 가짜로 기록한 것도 추궁했습니다.

당시 노회장은 박장로가 건축 헌금 4억2천9백만 원을 받아 건축비 원금을 갚지는 않고 이자만 내면서 갚은 것처럼 허위서류를 만든 것을 추궁했고 박장로는 이를 인정하면서 이자는 자기 돈으로 부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대출을 받아 원로목사에게 퇴직금으로 2억 7천만 원을 건넸다고 교회에는 보고했지만 실제는 대출을 받은 게 아니고 원로목사 부인과 예전부터 거래가 있어 2억 7천만 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걸로 하자고 입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추궁에 그렇다고 실토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교회재정건강성 운동본부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 내에서 인력이 모자라 한 사람이 통장도 관리하고, 그 통장 인출해서 본인이 자금 관리도 하고, 더군다나 그 사람이 회계 정리까지 하면 이것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원로 목사는 박 장로가 2억 5천만 원을 사업에 투자하도록 도와줬고, 심지어 2억 7천만 원 퇴직금을 본인이 받지 않았음에도 박 장로의 횡령을 덮기 위해서 받았다고 인정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경제 공동체적인 관계였다고 신임목사는 주장했습니다. 교인들도 박 장로와 원로목사는 부인들이 처녀 때부터 친구였고 두 가족 자녀 4명을 함께 해외유학 보낼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박 장로는 노회의 추궁을 받고서야 지난해 8월 뒤늦게 대출금 일부인 2억5천 등 모두 3억3천만 원을 서둘러 갚았습니다. 감독기관인 노회의 목사와 장로들도 한국 개신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하며 질책했습니다.

박 장로측은 노회에서는 과오를 인정하고도 교회에 돌아와서는 반대로 결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교인들은 매주 일요일만 되면 교회에서 박 장로측의 험담과 고함에 공포 분위기였다고 전했습니다. 박 장로측은 자신이 어려운 시기에 교회에 헌신했는데 신임목사가 교회를 장악하기위해 신도들을 이간질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박 장로는 취재진 앞에서도 "돈 가지고 있다가 돈 맞춰 넣으면 되지, 내가 무슨 뭐, 도둑질이나 해먹은 것처럼 저렇게 하는데 도둑놈의 눈으로 보니까 도둑질한 것 같다고 하지, 어디 교회 돈을"라고 비난했습니다. 박 장로측은 신임목사가 목사 자질에 문제가 있고 설교에도 이단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박 장로의 횡령의혹을 추궁했던 노회는 어찌된 일인지 올해 2월이 되면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고 신임목사는 주장했습니다. 성대길 신임목사는 "지난 2월 26일 날, 노회장과 노회 관계자들과 따로 만났더니 재정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그리고 원로 목사 사례비 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유하면서 이렇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담임 목사의 자리에서 해임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신임목사는 해임될 수 있다는 말이 협박으로 들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정비리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노회 제의를 신임목사가 거부하자 박 장로측은 이후 가족과 친인척 등을 증인으로 세워 교회를 분열시킨 신임목사 자질에 문제가 있다며 노회에 제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임목사는 곧 면직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녔습니다. 일반신도들은 박 장로측이 횡령비리를 덮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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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노회는 징계는 하지 않고 재정비리 문제는 덮고 가자고 거듭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노회 한 장로는 "용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단 좀 덮자, 거론하지 말자, 덮으라는 이야기는 거론하지 마라"고 발언했습니다.

당시 노회장은 포용하고 상생하자며 자신은 목사 해임권이 있다고 강조하며 "나를 일반목사가 하는 이야기로 듣지 마라"며 권유를 따를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면서 원로목사측은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신임목사는 지난해 11월 달까지 끊임없이 먼저 월 250만원 다 주었고 교회 살림이 어려워져 100만원 줄 때도 있고, 자신도 적게 받았는데 상대측에서는 끊임없이 거짓말로 담임 목사는 엄청난 사례비를 가져가고 본인들은 사례를 주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성도들에게 소문을 퍼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횡령의혹이 외부에 알려진 지난해 7월부터는 박 장로측이 헌금을 거부해 교회 살림이 어려워지자 협의를 거쳐 형편에 따라 하기로 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원로 목사 가족은 심지어 20년 전 헌금한 5천만 원은 빌려준 것이니 현 시세로 집 한 채 값으로 돌려달라는 요구까지 했습니다. 70억 상당의 교회를 맡기는데 그것도 못해주느냐는 겁니다. 공동재산인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노회가 신임목사에게 재정비리 문제는 왜 덮으라고 했는지 이유를 듣기위해 당시 노회장이던 김 모 목사를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어떤 언급을 하는 것이 좀 그렇다"며 끝내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노회측 다른 목사들도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횡령의혹으로 시작된 갈등은 어찌된 일인지 감독기관 노회가 박 장로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엉뚱한 곳으로 번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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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목사 목사직 박탈 왜?

신임 목사의 문제제기에 공감했던 일반 교인들은 결국 올해 3월 박 장로측의 횡령의혹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교인들은 "박 장로측은 사과도 않고 노회에서 신임목사를 내쫓으려 하지만 우리는 노회에 가서 안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노회가 그쪽 편을 드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억울함을 어디에 가서 호소할 데도 없고, 밝힐 방법이 없어 9명이 가서 경찰에 고소했다" 고 말했습니다.

일반교인들은 박장로가 2001년부터 교회 재정을 맡으면서 교인들이 헌금한 건축헌금과 교회 공금을 멋대로 써왔다고 주장했습니다.박 장로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박 장로의 횡령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며 반발하던 신임목사는 결국 노회에 의해 지난 6월 담임목사직이 해임됐습니다. 자질과 이단 시비를 이유로 들었습니다.일반신도들은 신임 목사가 '아닌 것을 아니라고 얘기한 죄'밖에 없다고 절망감을 표시했습니다.

노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임목사에 대해 목사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목사직을 박탈하고 출교처분까지 내렸습니다. 노회 결정의 절차와 불공정을 문제 삼아 노회를 주도한 목사들을 상대로 한 고소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횡령의혹으로 시작된 갈등은 노회가 의혹을 제기한 신임목사의 목사직까지 박탈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반 교인들은 "시작점은 박 장로의 횡령인데 결과는 목사 자질부족으로 교회가 분란이 되었다 몰아가 끝내는 제명 출교까지 갔다"고 반발했습니다.

지난 3월 사건을 접수한 부산 해운대 경찰서는 SBS가 취재에 들어가자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고 박 장로측의 횡령과 업무방해, 모욕이 확인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박 장로가 헌금을 개인통장으로 관리하면서 헌금 등 5억원 이상을 횡령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취재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횡령액만 6억 원 가량으로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2008년 이전 것까지 포함하면 횡령액수는 10억원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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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목사는 목사직을 박탈한 노회 결정에 불복해 교회 내부의 최상급 의결기관인 총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접수서류조차 반려됐습니다. 신임목사는 결국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교회소송 전문가인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목사)는 "교회 재판이 다 무너졌고 공정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교인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서 명예교수는 "지금 교회 재판이 부끄러운 얘기지만 다는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이 금전이나 또는 교회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 회의에서 지금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게 현실" 이라며 그래서 교인들도 교회재판을 믿지 않고 조그만 것이라도 국가 재판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목사직 박탈 결정을 내린 노회 결정에 일반 신도는 물론 사정을 아는 다른 목사들도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부산지역 한 목사는 "노회가 지도를 할 때, 그 재정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조사를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게 역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 성 목사를 피고인처럼 다루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이게 뭔가 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하는 생각을 가졌죠."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회에는 직전에 부임했던 신임목사도 흡사한 문제로 석 달 만에 스스로 물러갔다고 했습니다.

신임목사는 목사직을 박탈당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습니다. 신임목사는 "지금 마음은 아프지만 후회됨은 없고 저의 작은 선택이 또 한국 교회나 또 제가 속해 있는 노회에 조금 더 교회의 재정 집행의 투명화를 앞당기는 하나의 중요한 어떤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작게나마 있다"고 말했습니다.

횡령의혹으로 시작된 갈등이지만 공동재산인 교회를 특정 개인과 기득권층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잘못된 의식이 갈등을 키웠습니다.

올해부터 종교인 과세가 실시됩니다. 종교인의 소득신고가 국세청의 감시대상이 된 겁니다. 당장 과세가 이뤄지는 종교단체는 극히 일부로 한정 될 것으로 보이지만 종교단체의 재정 투명화에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된 교회 헌금 횡령사건에 비추어보면 교회가 구성원 모두의 것이 라는 의식과 실천이 있어야만 진정한 교회 재정 투명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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