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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비밀여행단] `대프리카` 옆동네 고드름이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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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얼음 어는 계곡이 있다…경북 의성·청송

매일경제

충북 제천의 얼음골 능강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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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 뼘(손)만 한 고드름이 있다니까요!"(전현필 주사, 빙계군립공원 관리) 말이 되나. 40도쯤 가뿐하게 찍는 폭염. 그런데 고드름이 어는 곳이 있단다. 볼 것 없었다. 절절 끓는 '대프리카(대한민국+아프리카)' 속 남극, 경북 의성으로 출발. 세상에. 그곳에 남극이 정말 있었다. 비밀여행단, 이번주는 폭염을 날리러 간다. 폭염 속 믿거나 말거나, 남극인 꽁꽁 핫스폿. 쉿, 조용히 따라오시라. 소문나면 붐비니까.

40도 폭염에 얼음이 어는 '氷國'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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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의성 빙혈.


경북 의성군. 정확히는 춘산면 빙계리. 대박이다. 얼음 '빙' 자를 쓴 다리(橋) '빙계교'라는 명칭도 독특한데, 다리 양쪽에 뚝뚝 촛농이 떨어지는 기둥이라니.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말하자면 아찔한 대비다. 촛농이 절로 녹아내릴 정도의 폭염인데, 이 일대는 얼음만큼 차다는 '빙' 자 돌림의 지명 투성이라니. 이 일대 '얼음'의 위용을 알려면 지명만 읊어봐도 된다. 주변 지명이 온통 '빙(氷) 자' 돌림이다. 이 일대 동네가 빙계리. 얼음구멍(빙혈)과 바람구멍(풍혈)이 있어 '빙산'이요, 그 산을 감아 흐르는 계곡이 '빙계'다. 쐐기를 박아주는 전현필 주사의 한마디. 조선 철종 때까지는 빙산면으로 불렸다는 거다. '빙스폿'의 핵심은 빙계계곡이다. 경북팔경(1경 문경의 진남교반, 2경 문경새재, 3경 청송 주왕산, 4경 구미 금오산, 5경 봉화 청량산, 6경 포항 보경사, 7경 영주 희방폭포, 8경 빙계계곡)의 하나인 것만 해도 대단한데, 이 계곡, 1.7㎞남짓 이어지면서 그 속에 '8경'을 또 품고 있다. 이름하여 빙계8경. 그 1경과 2경이 빙혈, 풍혈 쌍포다.

40도 폭염에 고드름이 자라는 언빌리버블 핫스폿이 바로 빙혈. 고샅길을 지나 언덕에 오르면 바로 대리석 재질의 동굴 입구가 보인다. 땡볕에 땀이 촛농처럼 범벅이 된 끈적한 몸을 이끌고, 바로 고. "와~." 0.1초 만에 탄성이 나온다. 현장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전현필 주사의 귀띔. "한여름, 한겨울 할 것 없이, 이곳은 늘 마술처럼 0도가 유지됩니다". 동굴 안은 앙증맞다. 높이는 2m 정도. 크기는 10평 남짓이다. 놀라운 건 10초도 안 돼 서늘한 기운이 발목부터 허벅지를 감싸며 자르르, 올라온다는 것. 여기서 놀라기엔 이르다. 동굴 안 유리벽. 대박이다. 바닥에선 한 뼘만 한 고드름이 불쑥불쑥 솟아나 있다. 빙혈과 쌍포를 이루는 게 풍혈이다. 빙혈 왼쪽편 돌계단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풍혈'이라는 간판글이 보인다. 말하자면 '빙혈의 아들 꼴'. 가로세로 1m 정도 돼 보이는 좁은 바위틈에 머리를 집어넣었더니, 경악. 말이 되는가. 에어컨보다 서늘한 바람이 쏴~ 솟아난다. 전 주사의 쐐기를 박는 한마디. "겨울엔 또 한번 변신을 하죠. 따뜻한 공기가 뿜어져 나오거든요." 대프리카 속 빙국, 의성의 신비다.

▷의성군 빙혈 100배 즐기는 팁=주의사항 한 가지. 빙혈 인기 덕에 주말엔 웨이팅 줄이 길다. 서두르실 것. 용추, 물레방아, 바람구멍, 어진바위, 의각, 석탑, 얼음구멍, 부처막 등 빙계 팔경도 꼭 보실 것. 숙소 걱정도 없다. 빙계8경 물레방아 지척이 오토캠핑장이다. 계곡 안쪽 보물 제327호 고려 5층석탑도 놓치지 마실 것. 가을엔 의성 사과 체험이 하이라이트다. 한국애플리즈에서 다양한 사과 체험을 할 수 있다.

청송 오지 '꽁꽁' 숨은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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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산내면에 있는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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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주산 주왕산.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점이며, 청송의 동쪽 끝. 땀 한 바가지 쏟아내고 도착한 곳에 바람이 제법 매섭다. 오후 2시를 갓 넘기면, 벌써 해도 꺾인다. 2017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청송에서도 미스터리 핫스폿으로 꼽히는 얼음골(경북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 명성대로다. 속칭 잣밭골이라 불리는 이곳 얼음골. 골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니, 한여름 폭염도 얼씬 못한다. 기암절벽이 연출하는 절경도 보너스. 얼음골에서는 우선 약수부터 맛봐야 한다. '이름하여' 얼음골약수. 징검다리를 건너 바로 얼음골약수터로 향한다. 오, 진풍경이다. 한여름에도 약수 웨이팅 줄이 제법 길다. 약수는 의외로 미지근하다. 맛? 비밀이다. 직접 가서 마셔보시길. 사실 이 약수터 물 맛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자체가 빙혈이다. 폭염 속에도 바위틈에서 자연적으로 찬바람이 뿜어나오는 독특한 빙혈 지형을 이용했으니, 말 다했다. 바윗돌 사이에선 가끔 얼음도 보인다.

약수터 옆이 그 유명한 인공폭포다. 얼음처럼 차가운 얼음골 계곡 물을 62m 절벽으로 그대로 끌어올린 뒤 떨어뜨린다. 이게 명물이다. 트랜스포밍이다. 겨울엔 간담 서늘한 빙벽 변신. 인공폭포와 기암절벽이 꽝꽝 얼어붙으면서 천의 얼음 얼굴을 자랑한다. 해마다 겨울에 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리는 곳도 여기다. 여름엔 보기만 해도 절로 시원하고 아찔해지는 폭포다.

요즘엔 핫스폿 하나가 더 생겼다. 잡생각을 꽁꽁 얼려버리는 '뇌 얼음골' 자작나무숲이다. 시원스레 뻗은 하얗고 곧은 나무기둥. 윤기 도는 푸른 잎까지. 폭염 속에도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자작나무숲은 청송군이 20년간 소리 없이 가꾼 보물이다. 규모만 해도 무려 8.5㏊. 보기만 해도 머릿속이 환해지는 '자작나무 명품숲'을 따라 두 가지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니 입맛대로 걸으면 된다. 대프리카 속 빙국, 청송의 선물이다.

▷청송 얼음골 100배 즐기는 팁=인공폭포 옆으로는 숲 그늘 아래 간단한 편의시설을 갖춘 야영장이 마련돼 있다. 주왕산 인근 청송수석꽃돌박물관에선 꽃돌(화산암 속 광물질이 꽃무늬를 만들어낸 돌)을 볼 수 있다. 진보면에선 소설 '객주' 작가인 김주영 씨의 육필 노트가 전시된 객주문학관이 있다. 깨알 같은 글씨로 노트를 가득 채운 작가의 육필 원고가 감동적. 잊을 뻔했다. 청송의 여름 보양식 달기백숙. 톡 쏘는 맛이 나는 달기약수탕에 백숙을 끓여낸다. 맛? 이것만큼은 정말이지, 비밀이다. 직접 드셔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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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제로지대…얼음골 여기도 있다

① 원조 얼음골 밀양

원조 얼음골 밀양. 정확한 주소는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산95다. 주차장을 지난 후 얼음골 관리사무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200m 정도 오르면 왼쪽 산사면에 애추(talus) 지형이 등장한다. 여기서 100여 m 더 가면 천황사다. 천황사는 가마볼계곡과 얼음골계곡이 합류하는 다리 위쪽. 천황사를 왼편에 두고 얼음골 계곡으로 들어서면 끝. 40도 폭염에 담요를 덥고 즐긴다.

② 제천 얼음골 능강

충북하고도 제천. 이곳에도 얼음골이 숨어 있다. 그 포인트가 제천 능강계곡. 능강교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바로다.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시간이 무척 짧아서 '아침가리(아침에 밭 갈다 해가 지는 곳)' 같은 곳. 초복에 얼음이 제일 많고, 중복에는 바위틈에서 얼음이 보인다. 말복에는 바위 들고 캐내야 얼음을 볼 수 있다. '말복 얼음'을 먹으면 만병통치한다는 말이 있다. 이 얼음 먹는다고 난리날 테니 미리 서두르실 것.

③ 경남 함양에도 얼음골이? 서하 다곡리

경남하고도 함양. 푹푹 찔 것 같은 이곳에도 얼음골이 숨어 있다. 정확한 위치는 경남 함양군 서하면 다곡리. 미니 폭포까지 쏟아지는 이곳, 현지 주민들만 찾는 얼음골이다. 지형적으로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무주와 불과 20분 거리. 여름 얼음골, 당연히 겨울엔 제대로 된 빙국으로 돌변한다. 연평균 적설량이 142.8㎝, 적설기간이 120일에 달하는 한국판 '홋카이도'다.

[의성 =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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