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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쓴 소리' 고이즈미도 불러내는 아베의 골프에 담긴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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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첫날 전직 총리 등과 골프

아베 비판 고이즈미 전 총리도 참석

"의원 70% 장악" 확고한 우위 과시

아베와 골프를 친 사람은 누구?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가자 아베 총리의 골프 스케줄에 관심이 쏠렸다. 매년 야마나시(山梨)현의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아베 총리는 휴가 기간 중 두 세번씩 골프 라운딩을 해왔다. 특히 올해는 9월 자민당 총재선을 앞두고 있어 누구와 라운딩을 할지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 모아졌다.

아베 총리는 휴가 첫날인 17일 오전 7시 반부터 골프 라운딩에 나섰다. 그동안 서일본 지역 호우피해로 골프를 자제해오다가 2개월여 만에 재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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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6일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전날 휴가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이 함께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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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딩에는 아소 다로(麻生太?), 모리 요시로(森喜朗),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등 전직 총리 3명과 가토 가츠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光) 경제재생상이 함께 했다. 전직 총리이면서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거물이거나, 자민당 유력 파벌의 수장인 인물들이다.

아소 전 총리는 현 정권 경제부총리이며 자민당 내 두 번째로 큰 파벌인 아소(麻生)파의 수장. 모테기 경제재생과 가토 후생노동상은 3번째로 큰 파벌인 다케시타(竹下)파에서 중의원들이 아베 총리를 지지하도록 한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역시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여전히 정치적인 영향력이 강한 인물이다.

이날 골프회동의 참석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고이즈미 전 총리였다. 그는 평소 “선거에서 원전 추진론자는 절대 당선시키지 않겠다”고 할 만큼 아베 정권의 원전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더욱이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가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부자가 협공으로 아베 총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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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6일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전날 휴가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이 함께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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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골프회동에서 아베 총리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며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아베 총리가 반대파까지도 끌어안는 듯한 장면도 연출했다. 한 기자가 "총리"라고 부르자 고이즈미 전 총리가 머쓱해하며 "여긴 다 총리니까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자 다같이 웃는 화기애애한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전날엔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도 가세해 별장에서 회식을 가졌다. 9월 총재선에서 아베 총리를 지지하기로 한 파벌의 수장들이 총출동하면서 세를 과시한 것이다.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총재선에서 이미 국회의원의 7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 '확고한 우위'를 점한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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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고 있다.[일본 내각홍보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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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를 치며 친밀감을 키우고 우애를 과시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4월 방미 때는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으로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라운딩을 했다.

당시 아베 총리 측이 내세웠던 논리가 “골프는 정상 간의 친밀함을 강조할 수 있다 1대 1로 장시간 대화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주장이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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