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밀착카메라] 곰팡이·찜통 비닐 집…농촌 외국인 기숙사 실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채솟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폭염에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나온 채소의 상당수도 비닐하우스 농장 것들이 많죠. 이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문제는 너무 열악한 이들의 노동 조건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 단지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 자주 보입니다.

[동네 주민 : 다 하우스는 다 외국인이야 주인 말곤 다 외국인. 그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누가 하려고 그래요. 하우스 이제 안 하려고 그래요 한국사람들은.]

바깥도 덥지만 이 하우스 안쪽은 더 찌는 듯이 덥습니다.

지금 이곳의 하우스 온도가 39.6도를 넘어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농사일에는 쉴 새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처를 가봤습니다.

비닐하우스 수십 여 동이 펼쳐져 있는 농촌 한가운데 검정색 비닐에 덮여있는 비닐하우스 한 동이 더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농작물을 저장하는 창고처럼 생겼는데 이 안으로 들어가 보면 가건물이 하나 더 나옵니다.

그 외 먼지 쌓인 잡동사니와 가구들이 잔뜩 놓여있는데요.

하지만 이 곳은 11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숙사라고 부르며 살고 있는 곳입니다.

냉방시설도 없어 한낮 내부 기온은 40도를 넘습니다.

안에서 키우는 닭도 더위에 힘들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

날리는 흙먼지도 집기에 그대로 쌓입니다.

밭 귀퉁이에 쓰러질 듯 서 있는 비닐하우스는 인근 농장의 또 다른 기숙사입니다.

들어가보니 흙바닭에는 농약통이 굴러다닙니다.

내부로 들어와봤습니다.

아까 내린 비가 천장에 떨어져서 이 위쪽에는 완전히 곰팡이들이 가득하고요.

이쪽은 침실인데요, 이 안으로 들어와 보시면 이 벽에도 곰팡이들이 계속해서 퍼져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안이 습한 탓인지 이 벽지들이 울어있고요.

잠을 청하는 침대도 상태가 성치 않습니다.

부엌은 간신히 밥만 지어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상하수도도 없는 불법 건축물이라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인근 밭에 뿌린 농약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 (뭐 해달라고 안 해봤어요?) 여러 번 요청했어요. 비가 오면 물이 떨어진다고요.]

거주 환경도 문제지만 노동 조건 역시 심각합니다.

일부 농장은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면서 쉬는 날은 한 달에 이틀입니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하지만 농축산업은 법정 근로시간과 휴일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들이 조금 더 사정이 좋은 농장으로 옮기고 싶어도 고용주 허락 없이는 갈 수 없습니다.

[이주 노동자 : (고용주가) 사인을 안 줘요. 빌어요. "왜 해줘. 안 해줘! 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한창 취재를 하던 중 고용주가 찾아왔습니다.

[농장 고용주 : 뭐가 열약해. 우리 한국 사람도 저 정도면 살아요. 화장실 안에 수세식 있겠다. 그런 건 안 보시고.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요?) 농지법 위반이야 여기가 다 그러고 있는데 왜 우리한테만...]

[김달성/목사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 : 심지어 고용주한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해도 고용주의 사인 없이는 다른 직장으로 갈 수가 없어요. 노예법 같은 거죠. 갑을 관계도 이런 갑을 관계가 없는 거죠.]

고용주의 동의 없이 비자를 연장할 수 없는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고용주의 힘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를 고치거나 최소한 그 힘을 견제하는 것이 절실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이수형)

구혜진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