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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개 식용 규제해야” vs “식생활 통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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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식용금지 시사’ 이후 첫 말복 / 동물권 단체는 광화문광장 집회 / "여전히 개 식용 악습 존재 끔찍” / 보신탕집은 복날 맞아 북적북적 / “정부, 상식에 근거한 정책추진을” / 전문가 “국민 수긍할 근거 필요”

세계일보

청와대가 개고기 식용금지를 시사한 이후 처음 맞은 말복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동물권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개고기 식용금지 제도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보신탕집마다 개고기 맛을 즐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나서 식생활을 통제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동물권 단체들은 이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개 식용이라는 악습이 존재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를 식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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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말복인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 고양이 도살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 단체는 그동안 개 도축의 근거가 된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가축보다는 반려동물로서 지위가 다져지고 있다”며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에 대한 정서적 충돌이 발생하는 만큼 규제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도 동물단체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열린 개식용 반대 및 입양 독려 집회에는 문 대통령의 반려견인 토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가 토리를 데리고 집회에 데리고 가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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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위헌 헌법소원 인용`과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특별한 근거도 없이 일개 동물의 법적 분류를 바꾸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37)씨는 “청와대가 ‘참새는 내일부터 새가 아니라 물고기’라고 하면 내일부터 참새가 수영을 하는 거냐”며 “상식에 근거한 정부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자영업자인 김모(38)씨는 “일부 극성 단체의 요란에 정부가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 듯하다”며 “국민 대다수의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의 호소가 무색할 만큼 이날 서울 곳곳의 보신탕집은 올여름 마지막 복날을 맞아 손님이 붐볐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집 직원은 “복날 전후로 3일간 손님이 많다”며 “이 기간에는 예약조차 못 받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보신탕집을 찾은 박모(30)씨는 “개고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종종 먹는다”며 “소나 돼지도 먹는데 개만 먹으면 안 된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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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견업계도 정부의 개 식용 금지 움직임에 반발기류가 강하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하위법령인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빠져 있다는 이유로 상위법령인 축산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식용견은 175만마리로 추산된다. 전국의 식용견 사육 농가는 1만7000가구, 150만여명에 달한다. 주 사무총장은 “개를 기르는 농민들이 여론 대응에 미숙하다 보니 농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농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나서야 할 만큼 개 식용 여부가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권력으로 뭐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개를 먹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과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며 “개 식용을 금지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근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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