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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돼지 배꼽 통과뒤 쓸개 수술…개복 필요없는 수술로봇 K-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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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배꼽으로 내시경 형태의 로봇이 들어간다. 단순히 체내 이상 부위를 발견하고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간 아래쪽에 붙어 있는 쓸개를 절제하는 실제 '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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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내시경 수술로봇 K-FLEX를 이용해 돼지의 담낭 절제술을 실시하고 있는 KAIST 연구진의 모습. 미래의료로봇단은 16일 K-FLEX를 이용한 동물 임상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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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내부를 유연하게 휘어져 들어간 로봇이 간을 발견했다. 그러자 직경 3.7mm의 초소형 수술 도구가 내시경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로봇은 간을 뒤로 젖히고 수술을 위한 시야를 확보한 뒤, 간과 쓸개 사이를 절제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유연 원격 내시경 수술 로봇, 'K-FLEX'가 동물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에 성공한 순간이다.

이로써 국내 최초로 내시경 형태의 로봇을 이용해 인체 수술을 원격으로 집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간 세계 의료용 로봇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다빈치'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다.

절개 없이 수술 가능한 '유연한' 로봇...흉터 없이 회복 빠른 원격 수술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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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내시경 수술로봇 K-FLEX를 개발한 KAIST 의료로봇연구단.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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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미래의료로봇연구단 권동수 교수 연구팀은 K-FLEX를 이용해 원격 동물 임상시험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K-FLEX는 입ㆍ항문 등 신체에 이미 존재하는 통로를 따라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접근이 어렵던 굴곡진 장기 내부나, 복잡한 장기 뒤의 병변을 직접 수술할 수 있다. 몸 속을 자유롭게 관찰하다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초소형 로봇 팔이 나와 수술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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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LEX를 조종할 마스터와 원격 모니터만 있으면 수술 지역 외부에서도 유연 로봇을 이용해 수술을 집도할 수 있다.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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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K-FLEX는 신체 외부 절개가 필요 없기 때문에 흉터를 전혀 남기지 않는 것이 장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개복수술보다 수술 후 통증ㆍ회복시간ㆍ세균 감염 위험이 줄어들고, 미용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세계시장 독점한 '다빈치 로봇'에 없는 유연성ㆍ편의성 갖춘 K-FLEX


현재 의료용 로봇 시장은 1999년 1세대 의료용 로봇을 출시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다빈치 역시 절개를 최소화해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 '최소침습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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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격 의료용 로봇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다빈치. 다빈치 역시 최소침습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길고 곧은 외형으로 인해 조작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주변 기기로 인해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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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FLEX처럼 절개 없이 신체 내부로 진입하거나 유연하게 움직일 수는 없다. 외형이 길고 곧기 때문에 조작 시 높은 정밀도를 필요로 하고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권 교수는 "다빈치는 실제 수술에 관여하는 도구 외에, 이들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기구들의 크기가 커 가격이 매우 비싸다"며 "반면 K-FLEX는 유연한 만큼 조작 편의성이 크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크기는 절반으로, 힘은 2배로...'소형 관절 기술'이 핵심


K-FLEX가 초소형임에도 장기를 밀어내고 절제하는 등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소형 관절 기술' 덕분이다. 이 덕택에 K-FLEX는 유연성과 힘을 동시에 갖춰 지난 6월, 영국 런던 임페리얼 컬리지에서 열린 '서지컬 로봇 챌린지 2018' 대회에서 베스트 애플리케이션 어워드와 오버롤 위너 상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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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위와 같은 유연성과 소형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인한 소형 관절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 연구원인 황민호 박사의 연구를 통해 초소형 로봇 팔이 낼 수 있는 힘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동시에 크기도 절반으로 축소시켰다.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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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한국에도 의료용 로봇과 기기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으면 한다"며 "한국의 TVㆍ휴대전화 시장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데 반해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은 0.1%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은 이러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이지엔도서지컬'이라는 수술 로봇 회사를 설립하고 K-FLEX를 포함한 다양한 수술 로봇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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