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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롯데월드 공연 알바생 '졸속' 폭염 대책, '셀프 건강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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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롯데월드가 최근 폭염 속에서 공연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논란이 일자 그에 대한 대책으로 16일 '셀프 건강체크 표'를 도입해 시행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더팩트DB


더팩트 취재 들어가자 당일 폐지, 직원들 "면담 시 핸드폰 전원도 끄게 해…인권침해"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롯데월드가 임시방편식 폭염 대책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폭염 속 공연을 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안전사고 발생 이후 롯데월드는 16일부터 후속조치 일환으로 '셀프 건강체크'를 시행했다. 그러나 <더팩트>가 취재를 시작하자 해당 대책을 시행 하루 만에 슬그머니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취재 결과 롯데월드는 이날부터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캐스트)들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본인 컨디션 상태를 표시하는 '셀프 건강체크'를 시행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실효성 논란이 일자 이 같은 방침을 하루 만에 폐지한 것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최근 안전사고 이후 업무 개선 사항으로 직원 컨디션 체크를 오늘 처음 시도해본 건데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당장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가 이날 시행과 동시에 폐지 방침을 밝힌 '셀프 건강체크'에는 직원 이름과 날짜가 적혀있고 본인 컨디션을 양호(○) 보통(△) 나쁨(×) 세 가지 중 하나로 직접 표시하도록 돼 있다.

이는 롯데월드 측이 최근 폭염에 쓰러진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을 사실상 방치해 직원 안전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은 이후 내놓은 후속조치다. 이에 대해 일부 직원은 <더팩트>에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도 아니고 건강 체크를 본인이 직접 하라니 황당하다"며 "롯데월드의 책임회피용 임시방편 대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직원 A씨는 "추후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롯데월드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라며 "공연 인력이 부족해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워야한다. 아파도 아픈 내색 하지 못하고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실명으로 공개적으로 컨디션을 적는 것은 선후배와 동료들 눈치도 보이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직원 B씨는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B씨는 "그날 아침엔 컨디션이 좋았는데 중간에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셀프 건강체크' 시행 의도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책임회피용 말고 직원 안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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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폭염 대책으로 롯데월드가 도입한 '셀프 건강체크 표'는 시행 첫 날부터 내부적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킨 것으로 확인 됐다. 실효성과 진정성 논란이 일자 롯데월드 측은 이날 곧바로 폐지 방침을 밝힌 상태다. 사진은 '더팩트'가 입수한 롯데월드의 '셀프 건강체크 표' 작성 일지.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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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건강체크 표'가 결국 임금삭감 근거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직원 C씨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컨디션만 체크하라고 하는데 '나쁨(×)'에 표시하고 공연 소화를 못하면 급여도 깎이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급여 변동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어서 만약 몸이 안 좋아도 솔직하게 '나쁨(×)'에 체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 공지하지 못한 것은 맞다. 급여 지급 기준이 출퇴근 기록이기 때문에 만약 건강문제로 공연에 빠지게 되더라도 기본급여에는 차이가 없다"면서도 "다만 추가 지급되는 공연 수당은 공연 불참으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롯데월드는 현재 직원 안전사고 발생 이후 후속조치로 직원 1명이 소화하는 공연 횟수를 1회 줄였다. 기존에는 캐스트 한 명당 하루 4~5회 공연 일정을 소화해야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직원 면담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시행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인사팀이 추가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 대상으로 공식 면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롯데월드의 근로환경 개선책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그리고 있다. 직원 C씨는 "최근 직원 안전사고 관련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관리자급 직원들이 공연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불러 면담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런데 핸드폰을 꺼내놓고 전원을 끄라고 지시하는 등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이 목적이라기보단 제보한 직원을 색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또 면담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인사팀 공식 면담에서 있었던 일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롯데월드는 낮 최고기온이 34~37도에 이르며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달 24‧25일 인형탈을 쓰고 공연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열사병으로 쓰러지자 직원을 곧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직원 입단속을 시키며 1시간 가량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롯데월드는 롯데그룹 계열사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실내 테마파크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측은 의무실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해당 직원 본인 희망에 따라 공연한 것이라고 해명해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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