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대만 빵집에도 ‘하나의 중국’ 불똥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차이잉원에게 커피 팔았다가…‘중국 돈벌어 대만 지지’

‘한국 보복’ 때처럼 보이콧, 위생조사, ‘환구시보’ 비난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남미 순방 길에 잠시 들린 미국의 대만계 빵집 브랜드가 중국과 대만 모두로부터 공격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만계 빵집 85℃에 들렸다. 차이 총통은 이곳에 10분가량 머물며 커피를 산 뒤 매장 점원들과 인사했다. 동행한 민진당 입법위원이 페이스북에 공유한 사진을 보면 차이 총통은 이 가게가 판매하는 선물 세트에 서명했고, 점원들은 미소로 응대했다.

이 사진을 보고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격분했다. 85℃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엔 “중국서 돈을 벌어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논란 때처럼 ‘중국서 돈을 벌어 중국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85℃는 대만계 커피 및 베이커리 브랜드로 중국에도 진출해 있다. 점포수는 중국(539곳)이 대만(435곳)보다 많다.

중국 누리꾼들은 곧바로 보이콧(제품거부) 운동을 시작했다. 얼러머, 메이퇀 등 배달 앱 리스트에서 85℃이 사라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85℃에게 중국에서 큰돈을 벌면서 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푸젠성의 한 지역 위생 당국은 관내 85℃ 매장에 대한 위생 조사에 나섰다.

85℃는 결국 15일 “‘92공식’을 굳건히 지지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문서였다.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 이래 이를 공식 언급한 적이 없다. 85℃는 대만 독립을 부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러자 이번엔 대만에서 역풍이 불었다. 중국의 강압적 태도에 반발하는 ‘반중’ 성향 누리꾼들이 85℃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대만을 떠나라” “(92공식을 따라) 92℃로 이름을 바꿔라”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차이 총통도 “현지 대만인들에게 인사한 것뿐인데, 해당 기업이 굴욕적인 성명을 내도록 핍박 받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