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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rend] ‘귀르가즘’ 시대 ‘잇템’ 떠오른 무선 이어폰-‘에어팟’ 성공이 기폭제…패션 아이템 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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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선 이어폰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2~3년 전만 해도 무선 제품 관련 문의를 하는 손님이 10명 중 1~2명쯤에 불과했는데 요즘에는 6~7명 정도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블루투스 이어폰 수도 2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 프리미엄 오디오숍 관계자의 말이다.

무선 이어폰이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무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길거리, 대중교통 등에서 선이 없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선 이어폰의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마켓에서는 올해 상반기 블루투스 이어폰과 헤드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 증가했다. 11번가에서도 56% 늘었다. 다나와에서는 올해 1분기 코드프리(무선) 이어폰 매출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82% 뛰었다. 전체 이어폰 매출 중 코드프리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7월 19%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56%까지 증가했다. 무선 이어폰 매출이 유선 이어폰 매출을 뛰어넘었다는 의미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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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 인기가 급등한 이유는 뭘까. 사실 무선 이어폰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선이 없어 편리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다. 블루투스 연결이 자주 끊기고 음질이 유선 제품에 비해 뒤처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어폰과 연결된 음원 재생 기기의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고 유선 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며 성능이 유선 제품에 준하거나 더 뛰어난 상품이 하나둘 시장에 나오자 다시금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ASMR(잠깐용어 참조)이나 무손실 음원 등 듣기 좋은 소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귀르가즘’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 역시 무선 이어폰 인기에 기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이어폰은 저관여 상품에 속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몇 천~몇 만원 하는 제품을 구매해 쓰다 수명이 다하면 버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듣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며 고가 제품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외면당했던 무선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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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에어팟’이 무선 이어폰을 대중화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애플이 ‘에어팟’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소비자 반응은 차가웠다. ‘콩나물처럼 생겼다’ ‘전동칫솔을 귀에 꽂은 것 같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 가격(21만9000원)이 비싸다는 반응을 보인 소비자도 상당수다. 그러나 막상 애플이 ‘에어팟’을 판매하기 시작한 후 실제로 구매해 써본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예인, 운동선수 등이 ‘에어팟’을 착용한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며 트렌디한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에어팟’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그 덕분에 ‘에어팟’은 ‘아이폰 이후 가장 만족도가 높은 애플 제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에어팟’이 성공을 거둔 이후 다른 음향기기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경쟁에 가세하고 비교적 저렴한 10만원대 상품도 등장하며 무선 이어폰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트렌드 확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보스 측은 “최근에는 단순히 고음질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방수가 되거나 스마트폰 음성인식 비서와 연동이 되는 등 부가 기능을 갖춘 제품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업체가 많은 만큼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을 써본 소비자 상당수는 편리함에 매료돼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격이 유선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분실 위험이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그러나 10만원대 제품도 나오고 있고 이어폰 한쪽을 분실한 고객이 보증 기간 내 개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업도 등장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중이다. 이에 힘입어 향후 몇 년간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눈여겨볼 만한 제품은

▷‘기어 아이콘X’ 아마존 6위

애플 ‘에어팟’ 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무선 이어폰은 많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기어 아이콘X’가 첫손에 꼽힌다. 미국 아마존 회원이 가장 많이 장바구니에 담은 이어폰 6위에 오른 인기 제품이다. 내장메모리를 갖춰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 등이 없어도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운동 시간과 거리 등을 기록하는 기능도 있다. 가격은 22만원이다.

오디오 기기로 유명한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도 관심을 모은다. 보스는 올해 1월 ‘사운드스포츠 프리’를 선보였다. 보스가 처음 만든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제품이 귀에서 잘 빠지지 않도록 자체 개발한 이어팁 ‘스테이히어플러스’를 적용했다. 29만9000원에 판매된다.

뱅앤올룹슨은 지난해 12월 ‘베오플레이 E8’을 내놨다. 이어폰을 터치하면 음악 재생, 트랙 변경 등을 할 수 있다. 전화를 받거나 빅스비 등 스마트폰 음성인식 비서를 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활방수도 된다. 가격은 39만9000원으로 무선 이어폰 중에서도 다소 비싼 편이지만 값어치를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이어 듀오’와 ‘SP 시리즈’ 등을 판매 중이다. 엑스페리아 이어 듀오는 지난 2월 열린 MWC에서 공개된 제품.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돼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여 전화를 받거나 볼륨을 조정하는 등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출고가는 34만9000원. ‘SP 시리즈’는 노이즈 캔슬링(외부 소음 차단) 기능을 갖췄다. 좌우 본체(이어버드)가 연결된 제품은 19만9000원, 따로 떨어진 완전 무선 제품은 24만9000원이다.

이 밖에 운동할 때 쓰기 편리한 제품을 주로 만드는 제이버드의 ‘제이버드 런’(23만9000원), 브라기의 ‘대쉬 프로’(42만9000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목표금액을 3일 만에 돌파한 폴라탭의 ‘폴라탭’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인기 높은 무선 이어폰 5종 꼼꼼분석

편리함·음질은 ‘굿’ 분실 가능성은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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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 다섯 가지를 직접 써봤다.

가장 먼저 이용해본 제품은 요즘 ‘핫’하다는 애플 ‘에어팟’. 케이스 뚜껑을 열자 스마트폰 화면에 ‘연결’ 버튼이 뜬다. 버튼을 누른 후 에어팟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틀었다. 음질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아이돌 노래, 발라드, 뮤지컬, 뉴에이지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음악을 들어봤는데 무난하게 재생된다. 이어폰을 착용하기 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귀에서 빠질 것 같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착용감이 안정적이다. 머리를 흔들어도 빠지지 않는다. 이어폰을 터치해 노래를 멈추거나 다른 노래를 틀 수 있고 음성인식 비서 ‘시리’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단 차음은 다소 아쉽다. 주변 소음이 잘 차단되지 않는다. 길거리나 대중교통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용하기에 좋은 제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E8’. ‘에어팟’과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터치하면 음악을 멈추거나 재생할 수 있다. 차음성도 뛰어나다. 소음이 얼마나 차단되는지 보기 위해 옆에 있던 컴퓨터로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동영상에서 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길거리 등에서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 주변 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어폰을 터치해 ‘트랜스퍼런시 모드’를 실행하면 된다. 음질도 수준급이다. 다만 저음보다는 고음을 강조했다. 저음이 풍부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쉽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보스 ‘사운드스포츠 프리’도 써봤다. 이어폰을 귀에 꽂자마자 드는 생각은 착용감이 좋다는 것. 귀에 딱 맞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어폰을 착용한 채로 뛰어봤는데 빠지지 않았다. 오디오 명가에서 내놓은 제품답게 음향도 좋다. 저음도 풍부하고 중음, 고음도 깔끔하다. 과장을 보태면 가수가 직접 귀에 대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다. 이게 바로 ‘귀르가즘’인가 싶다. 단 충전용 케이스 크기가 다른 제품에 비해 커 들고 다니기에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니 제품 중에서는 ‘엑스페리아 이어 듀오’로 노래를 들어봤다. 고개를 끄덕이면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좌우로 움직이면 다음 곡 혹은 이전 곡을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런데 소심한 사람이라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부끄러워서 이 기능을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용해본 이어폰은 소울 ‘엑스쇼크(X-Shock)’. 가격이 17만2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싸다. 저렴한 만큼 큰 기대 없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틀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음향이 좋다. 차음 기능도 뛰어나 주변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 놓고 보면 1등이다.

총평. 선이 꼬이거나 어딘가에 걸릴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확실히 편리하다. 다만 유선 제품과 달리 충전을 해야만 쓸 수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충전 후 이어폰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길다면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분실 위험도 있다. 특히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잃어버린다면 되찾기 어려울 것 같다.

잠깐용어 *ASMR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라는 뜻으로 ‘나른한 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ASMR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1호 (2018.08.15~08.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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