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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웃는 남자`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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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항상 웃고 있는 아이.

그 아이는 커서 ‘웃는 남자’가 된다. 그가 바로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만들어진 그윈플렌이다. 무대에서 특유의 미소로 관객과 여심을 휘어잡고 마침내 소원하던 신분 상승, 권력에 다가선 그윈플렌. 하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은 세상에 대한 ‘한바탕 조롱’이다. 빅토르 위고가 17세기 유럽 귀족 사회에 던진 날카로운 질문인 이 뮤지컬은 ‘웃는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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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기간 ~2018년 8월26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티켓 R석 화수목 14만 원, 금토일 15만 원 / S석 화수목 12만 원, 금토일 13만 원 / A석 화수목 8만 원, 금토일 9만 원 / B석 화수목 6만 원, 금토일 7만 원

▷출연 그윈플렌-박효신, 박강현, 김준면(수호) / 우르수스-정성화, 양준모 / 데아-민경아, 이수빈 / 조시아나–신영숙, 정선아

▷시간 화 7시 / 수금 3시, 8시 / 목 8시 / 토,공휴일 2시, 6시 30분 / 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뮤지컬 <웃는 남자>는 단연 화제작의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 빅토르 위고의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녹아 있는 원작, 한국에서 제작 준비 기간만 무려 5년, 제작비는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급인 175억 원, 더구나 일본 토호주식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4월 도쿄 닛세이 극장에서의 공연 예정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남성 가수를 상징하는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 중 한 명인 박효신, 떠오르는 젊은 스타 김준면(엑소 수호)을 비롯해 믿고 보는 뮤지컬계의 스타 박강현, 정성화 등의 출연만으로도 <웃는 남자>의 외형 스펙은 거의 S등급이다. 물론 대본 및 연출 로버트 요한슨, 작곡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잭 머피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도 단연 압도적이다.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 그들에 의해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갖게 된 어린 그윈플렌은 매서운 눈 폭풍 속에 홀로 버려진다. 살을 에는 추위 속을 헤매던 그윈플렌은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우연히 만난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르수스는 평소 인간을 혐오하지만 두 아이를 거두기로 결심하고, 그윈플렌의 기형적인 미소와 눈 먼 데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재로 유랑 극단을 꾸린다. 어느덧 성장한 그윈플렌은 기이한 미소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고 그의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그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다. 생애 처음으로 여성에게, 그것도 조시아나에게 구애를 받은 그윈플렌은 고혹적인 그녀의 유혹에 순수했던 마음이 흔들리고, 우르수스와 데아는 그런 그윈플렌의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중 그윈플렌은 ‘눈물의 성’이라는 악명 높은 고문소로 끌려가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시티라이프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일단 무대다. 눈보라 치는 들판, 세찬 풍랑이 이는 바다, 화려한 로코코풍의 궁전, 가든 파티장, 유랑 극단의 모습 등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무대 수준은 영화의 CG를 실사로 재현한 듯 실감난다. “즐거운 시대를 웃으며 산다면 희극이겠지만 잔인한 시대를 웃으며 살아야 하니, 그 시대는 영락없는 비극이었다”는 그윈플렌의 독백처럼 이야기는 ‘부자와 빈자의 대립’, ‘아름다운 사랑’의 두 축으로 전개된다. 빅토르 위고의 탄탄한 서사 구조를 뮤지컬 양식에 맞추고 감각적인 무대 장치를 통해 구현해 낸 솜씨가 돋보인다. 특히 그윈플렌 역의 배우들의 노래가 극장에 울려 퍼지면 관객들은 절로 몸을 일으켜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모습 또한 이 뮤지컬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는 주제가 거듭 반복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위 1%의 행복은 우리가 짐작조차 못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 하지만 평민들은 ‘행복할 권리가 없다’는 귀족들의 오만함은 부정하고 싶다. 뮤지컬은 8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9월5일부터 블루스퀘어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매경DB, EMK뮤지컬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42호 (18.08.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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