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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종화의 Aging스토리]'부모은행'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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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모은행'에 의지하는 자녀를 계속 지켜보실 건가요. [그림=보건복지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금 생존하고 있는 세대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을 짊어진 세대는 5060세대가 아닐까요? 위로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챙겨야 하는 이른바 '더블케어'세대이면서 '낀세대'입니다.

1980년대 부모들이 소를 팔아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우골탑'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18년 5060세대 부모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5060세대가 '스스로의 삶'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 크다보니 자신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자녀를 우선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해서 종종 문제시 되기도 하지요. 요즘은 부모들의 이런 성향을 '부모은행'이라고 합니다. 마치 은행처럼 필요할 때 턱턱 지원해주는 부모를 은행에 빚댄 것입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060세대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지난 5월 발표한 '5가지 키워드로 본 5060세대의 가족과 삶'에 따르면, 5060세대는 성인 자녀에게는 은행처럼 돈을 내주고, 노부모는 먼 거리에서 부양하며, 황혼을 맞아도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5060세대의 74.8%는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지원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지원금의 수준은 가계소득의 14% 수준인 월평균 73만원에 달했습니다. 또 4가구 중 3가구는 평균 5847만원을 학자금이나 결혼 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부모은행' 노릇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8~34세 성인의 32.1%,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에서는 48.1%가 부모와 같이 살면서 부모의 지갑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부모은행' 노릇뿐 아니라 '아들은행' 노릇도 하고 있습니다. 나이든 부모와 함께 살지는 않아도 생활비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시로 '뭐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즉각 비용을 보내드리는 의무도 함께 지고 있는 것이지요. 절반 가량은 노부모와 함께 살지 않으면서도 매달 생활비나 간병비를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직접 간병하지 못하고 시설 등에 간병을 맞기는 부분에 대한 죄송함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거기다 51.1%는 손주까지 돌보는 '황혼 육아'까지 맡아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등 공공 탁아시설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조부모에게 직접 탁아를 맡기려는 자녀들도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5060세대 중 22% 정도가 스스로의 노후 준비도 부족한 '케어 푸어' 가구라는 점입니다. 노인빈곤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노후 삶을 위협하는 리스크'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성인자녀 지원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성인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선을 긋는 것이 매정하고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자녀의 자립심을 갉아먹고 자신의 노후조차 흔드는 문제라면 달리 생각해야 합니다.

청년층의 고용 환경이 불안해지고, 임금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책임을 5060세대가 모두 떠안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통은 나누면 줄어듭니다. 노부모도, 자녀도 고통을 분담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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