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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SC] 공원=산책? 이제는 취미도 회의도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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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과거 산책하는 곳으로 이용되던 공원

독서·요가 등 취미의 공간으로 변신

’공원 회의’ 하는 직장인들도 있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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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서, 그림 그리기 등 오로지 공원에서만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공원족’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공원 사랑이 깊은 나머지 직장 회의도 아예 회사 근처 공원에서 하기도 한다. 그들이 공원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덧 8월 중순, 입추를 넘어서며 가을을 바라보고 있는 시기다. 선풍기 앞에 앉아 실내에 머무르기 보다는 공원에서 자연 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체험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공원족의 여가를 소개한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에 있는 남산공원. 백범김구 동상 앞 잔디밭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는 이들이 눈에 띈다. 공원에서만 모인다는 독서모임 ’기분’의 회원들이라고 했다. 이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직장인 김지산(29)씨. “처음에는 주로 카페에서 모였는데, 장소 특성 상 시끄러워 깊은 대화가 어려웠다”는 그는 우연히 남산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가 이 공원을 발견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직 여름철이라 야외 모임을 하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공원에 모여보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나무가 많아 더위도 피하면서 소풍 온 기분으로 독서에 빠져들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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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도서관이 있어서 책을 빌리는 데 용이하고, 최근 공원 입구의 한양도성이 복원돼 독서를 마친 후 산책하기도 편했다. 백범광장의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곳곳에 탁자와 의자가 마련돼 있어 필기구 사용도 가능했다. ’공원 독서’에 푹 빠진 이들은 주말마다 서울 시내 공원 몇 곳을 선정해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김씨는 독서하기 좋은 공원으로 사직도서관이 있는 사직공원(종로구 사직동), 둥글게 둘러앉을 수 있는 넓은 정자가 있는 정동공원(중구 정동) 등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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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독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지난 5월 한달간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은 인근 직장인들의 ‘공원 회의실’로 깜짝 변신했다. 공원 측은 누구나 노트북과 커피를 들고 공원을 찾아 일을 할 수 있도록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했다. 공원 곳곳에 책상과 의자도 배치했다. 반응은 좋았다. 실내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해왔던 직장인들이 평일 오후 공원으로 쏟아져 나왔다.

공원 행사를 기획한 비영리재단법인 ‘서울그린트러스트’ 김경현 코디네이터는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고픈 직장인들을 위해 평일 낮에도 효율적으로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회의실’을 마련했다. 홍보를 별로 안했는데도 근처 직장인들이 자연스럽게 공원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폭염이 시작돼 잠시 ’공원 회의실’ 행사를 중단했는데, 근처 직장인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김 코디네이터는 "날씨가 풀리는 대로 다시 ’공원 회의실’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여가 활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 파크’처럼 한국의 공원 문화도 변화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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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공원에 푹신한 일회용 소파를 설치해 낮잠을 즐기도록 한 것도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김 코디네이터는 "공원족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 해부터는 훌라댄스, 요가 등 퇴근 후 직장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원 프로그램들을 비정기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숲공원에서는 그림 수업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주말 낮에 2시간 동안 공원을 산책 하며 각자 관심있는 계절 꽃을 관찰한 뒤 수채화로 그려보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손현정(33)씨는 “평소 실내에서 그림수업을 진행했을 때는 이 정도의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장소를 공원으로 옮기자 수업을 듣고 싶다는 분들이 달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손씨는 "그림도 배우고 산책도 겸할 수 있어 일석 이조여서 인 것 같다. 20대 후반~50대 후반까지 수강생들의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됐다. 공원의 이색 수업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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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원은 주로 산책이나 휴식하는 곳으로 익숙했지만 공원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회의, 낮잠, 요가, 요리 등 다양한 취미생활이 가능해지자, 공원에서의 매너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뒤따랐다. 지난 2일 경의선숲길 공원에서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이들을 상대로 ’올바른 공원 산책법’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매너를 갖췄으니 이제 공원을 본격적으로 즐겨볼 차례다. 올해 초부터 서울시는 공원 21곳에서 목공·공예, 공원요리, 야시장 등 공원 프로그램 133 건을 운영해 왔다. 자연 관찰 중심의 생태 수업으로 진행됐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집 앞 공원에서 요리도 배우고 저녁 늦게는 장을 볼 수 있다. 문화비축기지공원에서는 오는 10월28일까지 매주 주말 오후 4∼9시까지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린다. 다양한 먹거리와 수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고 잔디밭에서는 영화도 상영된다. 공원에 있는 재료로 바로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8월 말까지 노을여가센터공원에서는 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로 요리를 만드는 생태요리방이 운영된다. 공원에서 기르고 수확한 감자와 토마토로 피자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며 단체 또는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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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공원이 덥다면 시원한 야간탐방을 떠나보자. 밤에도 공원은 잠들지 않는다. 월드컵공원 노을공원에 마련된 노을별누리에서는 천문해설도 듣고 천문영화도 보며 천체관측도 체험할 수 있다. 역시 8월 말까지 진행된다.

공원에서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남산공원은 8월26일까지 공원에 있는 ’호현당’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될 예정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전통복장인 쾌자와 유건을 입고 서당에서 교재로 사용했던 동몽선습과 퇴계 이황이 임금에게 올렸던 상소문인 ‘성학십도’를 배울 수 있다. 전통차를 체험하는 ‘성인 다도’ 수업도 마련됐다. 자세한 내용과 참가신청은 ‘서울의 산과 공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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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SC] 페이서들이 선정한 ’길 공원’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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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되는 사람 없이, 서로 응원하며 뜁시다. 그럼, 출발∼" 13일 저녁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운동복 차림의 20∼40대 성인남녀 30여 명이 인사를 나눈 뒤 2열 종대로 나란히 섰다. ’페이서(페이스 메이커: 달리기 전문 코치)’ 문경배(26)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호흡을 가다듬고 뛰기 시작했다.

취업준비생 김동윤(25)씨는 경찰 실기시험을 앞두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이날 달리기 모임에 참여했다. 김씨는 "혼자 하면 속도 조절하기 어렵지만, 사람들과 함께 뛰면 운동량이 늘어나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공원에서 뛰면 경치를 보며 지루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공원에서 페이서와 함께 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3년 째 페이서로 활동해 온 문씨는 "뛰는 장소를 공원으로 바꾸고 난 뒤부터 반응이 좋았다. 인터넷의 한 달리기 동호회에서 참여 신청을 받는데 1분 내 정원이 마감될 정도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대학교 운동장이나 길거리에서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장은 같은 공간에서 빙빙 돌아야 해서 뛰는 ’재미’가 부족했고, 길거리에서는 때때로 신호등을 앞에 두고 대기해야만 했다. 결국 달리기에 최적화된 ’길’이 있는 공원을 물색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 페이서들이 꼽은 달리기 좋은 길공원을 소개한다.

달리기 좋은 ’길 공원’ 5선

반포한강공원 요즘 같은 날씨에 탁 트인 한강길을 따라 달리는 것은 최고의 달리기 코스로 손색 없다. 특히 반포한강공원의 잠수교는 페이서들의 필수코스로 꼽히고 있다.

올림픽공원 여러 개의 오르막과 갈래길이 나눠져 있어 어디로 뛰든 색다른 경로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공원을 안 뛰어보고 달리기를 해봤다고 말할 수 없다.

서울숲공원 도심 속에서 자연을 제대로 느끼며 뛰고 싶다면 서울숲공원을 찾으면 된다. 길마다 촘촘히 심어진 나무들을 양 옆에 두고 달려 보자. 다른 공원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고 모래바닥길이 많아서 자신의 호흡과 발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여의도공원 보행로와 자전거길이 따로 구분돼 있어 뛰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 길의 경로가 트랙처럼 원형으로 돼 있어 개인기록을 측정하는데도 편하다.

보라매공원 보라매공원 역시 갈래길이 다양해 여러 코스로 뛸 수 있다. 공원 외곽길 역시 2km로 긴 편이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공원 시민의 휴식을 목적으로 조성한 넓은 정원이나 장소를 뜻한다. 과거엔 공원을 주로 산책하는 공간으로 여겼다. 최근에는 직장회의, 독서, 요가 등 그 사용 영역이 확장됐다. 도시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펼쳐 보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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