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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고운호의 C컷] “여섯 살 딸과 두 바퀴로 633km··· 포기하지 않고 달린 딸 대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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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형·별희 부녀, 8박 9일간 4대강 자전거길 따라 국토종주

"아빠가 사준 달콤한 '마이쮸' 먹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

내년 3월 자전거 타고 유라시아 횡단 도전

조선일보

국토종주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최진형·별희 부녀를 혜화동 최씨의 작업실에서 담았다.


"자전거 타면서 많은 사람이 힘내라고 응원해준 게 고마웠어요."

유치원생인 최별희(6)양이 아빠 최진형(39)씨와 함께 지난 7일 자전거 국토종주에 성공했다. 부녀는 8박9일에 걸쳐 인천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에서 출발해 부산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에서 끝나는 총 633km 코스의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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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종주 마지막날. 부산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한 별희양. / 최진형 씨 제공


"지인과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계획하고 연습 차원에서 국토종주를 하려 했는데 별희를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별희와 함께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60~70km에 이르는 한강 주변 코스 8군데를 달려 봤습니다. 끝까지 달리는 별희를 보며 기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희도 국토종주를 무척 하고 싶어 했고요." 자전거로 미국과 캐나다를 횡단한 경험이있는 김길환(45)씨와 3번의 국토종주 경험이 있는 고정모(20)씨가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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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희양과 함께한 자전거. 별희양은 기어있는 한 치수 큰 자전거를 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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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희양은 세 살 때 네발자전거를 탔고 다섯 살 때부터는 두발자전거를 타며 동네 근처와 한강 등으로 거리를 늘려갔다. 최씨는 "별희가 국토종주에 도전할 시간을 넉넉히 비워놓고 출발했어요. 종주를 하다 보면 여러가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목적지에 급급해 달리면 별희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이었죠."라고 말했다. 일행은 별희의 완주를 목표로 하되 상황에 맞게 완급을 조절하기로 했다.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 찾아와 별희양의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언제든 별희가 힘들어하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죠. 주행 간 자주 쉬며 물을 마셨고, 중간에 공원이 계곡이 보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물놀이를 하며 몸을 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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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주 4일차. 충주시 수주팔봉폭포에서 더위를 식히는 별희양. 2-종주7일차. 대구 인근 모텔 주인 아주머니에게 싸인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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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주 4일차. 충북 괴산군 이화령에 오른 별희양. 2-종주 8일차. 경남 의령군 박진 고개 정상에 오른 별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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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희양은 하루 평균 70km 이상 달렸다. 국토종주 코스에서 어렵기로 소문난 5.2km의 오르막 이화령과 평균 경사 13도의 박진 고개도 우회하지 않고 올랐다. 성인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어하는 언덕이다. "포기하지 않고 울면서 페달을 밟는 별희를 보며 '내 딸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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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주 4일차. 충북 충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마이쮸를 구입한 별희양. 2-종주 마지막날. 부산 낙동제방벚꽃길에서 최씨와 별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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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희양은 "아빠가 (당 보충을 위해) 편의점에서 '마이쮸'를 사줄 때와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내려갈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국토종주하며 만난 사람들과 아빠가 블로그와 카페에 올린 주행일기에서 네티즌들이 남긴 응원 댓글을 보고 힘을 얻었다. 최씨는 "별희의 도전을 지켜본 분들이 보통 힘들면 포기하거나 쉬운 방법을 선택할 텐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상황에서 몸부림치며 견디고 이겨낸 것에 감동한 것 같다."며 "이번 도전이 별희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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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희양은 올해 안에 아빠와 제주도 자전거길과 동해안 자전거길을 완주할 예정이다. 내년 3월엔 유럽과 유라시아 횡단에 도전한다. '앞으로 자신처럼 도전할 또래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란 질문에, 별희양은 "정말 재밌지만 많이 힘들 거예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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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 고운호 기자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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