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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갈 곳 없는 애연가①]금연천국 vs 흡연지옥…"담배 팔면서 흡연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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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외금연구역 27배 급증…유치원 인근 등 확대
담뱃세로 부스마련 흡연권 부장…간접흡연 피해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서울의 한 흡연구역(흡연부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이선애 기자 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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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편집자 주> 늘어난 금연공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흡연공간. 갈 곳이 없어 길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들과 그로 인해 비흡연자들의 간접 흡연 피해가 심각하다. 한쪽을 위한 일방적인 정책이 낳은 결과다. 비흡연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흡연자의 권리도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흡연구역 규정이 필요하다. 국내 금연정책의 현 주소와 이에 따른 비흡연자들의 간접 피해 등의 해법을 이웃나라 일본이 시행한 흡연공간을 나눈다는 의미의 '분연(分煙) 정책'에서 모색한다.

애연가 김성종(47 )씨는 지난달부터 흡연카페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데 이어 공항 흡연실까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다. 김 씨는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 장소가 마땅치 않아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카페를 자주 찾는 편인데, 최근 가보니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흡연자)는 타인(비흡연자)을 배려하기 때문에 흡연카페를 찾는 것인데, 이제 어디에서 피워야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국공항공사가 국내선 공항 흡연실 폐쇄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흡연자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심각한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금연구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반면 흡연구역은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책이 비흡연자들을 위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다며 흡연시설 환경개선과 분연(흡연과 금연 장소의 분리) 정책을 도입해 '분연권'(分煙權)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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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연구역 26만여곳…흡연실은 1만곳 불과= 2011년 서울시가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실외 금연구역은 670개소였다.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실외금연구역은 1만9201개소(실내 금연구역 포함 시 26만5113개소)였다. 무려 27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현재 서울 시내 실외 흡연구역은 11개 자치구 43개소에 불과하다.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비례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 금연구역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시는 2008년 금연권장구역인 금연정류소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광장ㆍ공원ㆍ중앙차로 등으로 금연구역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 등 영업소에서 전면 금연 시행 및 각 지자체 조례에 의해 공원 등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 운영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당구장ㆍ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올해 2월부터는 아파트 실내 흡연도 금지됐다. 최근엔 흡연카페(총면적 75㎡ 이상인 흡연카페 15곳)까지 금연구역이 됐다. 내년 1월1일까지 면적과 상관없이 전국 모든 흡연카페 30곳을 금연구역화한다. 오는 12월31일부터 전국 약 5만여 곳에 달하는 어린이집ㆍ유치원 근처 10m 이내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시설이 적다는 지적에 서울시 측은 "흡연시설이 40여개일 뿐 재떨이, 구획 표시가 되어 있는 실내 흡연실은 1만개 정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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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권 보장해달라"…간접흡연 피해 오히려 심해=흡연자들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 흡연권도 헌법상 기본권의 일부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흡연실 퇴출은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은 각각 흡연권과 건강권, 분연권과 혐연권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점에 대한 의견은 일치한다. 흡연권 대책이 없는 금연구역 지정에 시민들 대다수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대학생 박소연(26) 씨는 "흡연구역이 곳곳에 있으면 길거리에서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강덕진(39) 씨도 "담배를 팔면서 얻는 세수로 흡연부스 마련에 신경써야 한다"며 "이게 간접흡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실제 간접흡연 피해 사례는 다수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흡연자의 직장 실내 간접흡연율은 2016년 기준 17.4%이며, 가정 실내 간접흡연율은 6.4%이다. 공공장소 간접흡연율은 20%를 웃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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