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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휴가 끝 하투 시작…앞길 캄캄한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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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일제히 파업예고

노사간 임단협 올해도 난항

수주 절벽 속 후판 값 인상

정상화 바쁜데…하반기 ‘3중고’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휴가 끝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게 정상인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이 1~2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13일부터 일제히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노사 간 의견차로 끝내지 못한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비롯해 하반기 일감확보, 후판 가격 인상 대응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특히 일감 부족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휴가 후 본격적인 하투(夏鬪)가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해양공장(해양플랜트 사업본부) 원청 및 협력업체 노동자 4000여명은 거리에 나앉을 처지다. 수주난으로 오는 25일께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마지막으로 수주한 해양원유시추설비를 이달중 인도하면 남은 일감이 하나도 없다.

현대중공업(009540)은 해양공장 원청 인력 2600명 가운데 600여명만 올 연말까지 일부 조선물량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2000여명에 대해서는 무급휴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협력업체 근로자 2000여명은 해양공장 가동 중단 시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1757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무급 순환휴직 시행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임단협에서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노협)에 무급 순환휴직을 포함한 회사안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 1974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11월부터 생산직·사무직 노동자 3000여 명이 유급휴직을 번갈아 시행해왔으나 경영 사정 악화에 따라 무급휴직까지 검토에 나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29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수주 목표(82억달러)의 35% 수준이다. 일감이 줄면서 실적도 나쁘다. 지난 2분기 영업적자는 1005억원으로, 1분기(478억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여기에 임단협 타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보한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을 포함해 올해까지 3년치 교섭을 진행해야 하지만 노사 간 입장차도 크다. 사측은 기본급 동결 등을 제시한 반면 노협은 기본급 5.1% 인상, 희망퇴직 위로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여름휴가에 복귀하자마자 파업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임금 10% 반납 및 상여금 분할지급안을 내놓으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휴가에 들어갔다.

중견 조선사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STX조선해양은 사원 아파트, 경남 진해 공장부지 등 2600억원 규모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해 선박 건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의 신규 지원이 끊긴 만큼 자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선박 건조 일감을 받을 수 없어 경영 정상화가 어렵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업황도 좋지 않다.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가격을 하반기 톤당 5만~7만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15~20%를 차지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난을 외면한 행동으로 노동계가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조선업 침체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고 현재 경영환경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사 간 고통 분담과 위기극복 노력만이 살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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