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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공지능, 그림을 보고 시를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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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샤오빙'

시인이 산천에서 시 영감을 얻듯

이미지 속에서 키워드 추출한 뒤

시 학습한 인공신경망 돌려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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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은 정자에 앉아 수려한 산천을 구경하면서 곧잘 즉석에서 한시를 지어 곤 했다. 시를 짓기 위해 뭔가를 골똘하게 응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상이 떠오른다. 학식과 재능을 겸비한 사람만이 가능할 것 같은 이런 풍류를 인공지능이 재현했다. 사람이 시를 짓는 과정을 그대로 흉내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5년 중국에서 선보인 대화형 챗봇 인공지능 ‘샤오빙(Xiaoice, 小氷)’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 회사 연구진이 최근 코넬대의 온라인 논문저장소 <아카이브>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예컨대 이런 시를 지어냈다.

"Wings hold rocks and water tightly(날개들이 바위와 물을 꼭 안고)

In the loneliness(적막 속에서)

Stroll the empty(인적없는 곳을 거니노라니)

The land becomes soft"(땅이 부드럽게 변하네)

뭘 말하려는 것인지는 알쏭달쏭하지만, 뭔가 운치가 있어 보이는 싯귀들이다. 어떻게 이런 시를 지어냈을까? 샤오빙에 이런 시 착상을 안겨준 건 아래에 있는 한 장의 사진이다. 샤오빙은 이 사진을 보고 사진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키워드를 사용해 싯귀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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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는 과정은 두 단계로 이뤄졌다. 우선 이미지를 분석해 키워드를 뽑아냈다. 사진 속 이미지들은 어떤 물체인지, 그 물체와 관련된 감정을 담은 단어는 뭔지를 분석해 키워드로 추출됐다. 예컨대 `바위' `나무' `적막' 같은 단어들이 키워드로 뽑힌 것. 이미지 분석에는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구글넷' 이용했다고 한다. 그런 다음 이 키워드를 현대 중국 시 2027편을 학습한 신경망 알고리즘에 투입해 여러 싯귀를 만들어냈다. 인공지능은 이 과정에서 이미지와 맞지 않거나 맥락이 다른 문구들은 스스로 골라내서 버렸다. 연습 메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지은 시를 전문가들이 살펴본 결과, 기본적인 시 작법에 따라 지은 시보다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샤오빙은 지난해 7월 이후 이 방법으로 이미 1200만편의 시를 지어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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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세계 첫 인공지능 시집도 출간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5월 샤오빙이 지은 시를 묶은 시집을 중국에서 출판한 바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시집이라 할 이 시집의 제목은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였다. 1920년 이후 중국의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을 학습한 뒤 창작한 시 1만편 가운데 139편을 뽑아 엮었다. 시집 제목 역시 인공지능이 직접 지어붙였다. 또 <화서도시보>라는 신문은 매주 토요일 샤오빙이 지은 시를 게재하고 있다고 한다.

샤오빙은 최근 사람과 채팅하고 시를 짓는 능력 말고도 사용자와 통화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이는 사람 대신 전화를 걸어 식당 예약을 하는 능력을 선보였던 구글의 듀플렉스와 같은 기능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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