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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승기] 산악 달려도 몸에 딱 붙는 시트…ℓ당 19㎞ 탁월한 연비에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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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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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야심 차게 내놓은 10세대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질박한 차다. 연비와 안전성이라는 기본을 지키며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

어코드라는 브랜드 자체가 이런 묵묵함의 상징이다. 월드 베스트셀링 세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올해로 어언 42년. 시장의 검증을 거치고 거쳐 벌써 10세대 모델로 거듭나 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됐다.

지난달 4일 햇살 강한 여름 날씨를 뚫고 불평 하나 없는 이 돌쇠 같은 차의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시승 코스는 경기도 가평을 출발해 춘천을 거치는 120㎞ 거리. 강변과 산악지대, 도심이 고루 배합된 코스다.

첫 인상은 혼다가(家)의 친환경 가계 '적자 DNA'를 충실히 계승했다는 점이다. 사무라이처럼 날카롭게 째진 혼다 특유의 헤드라이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세단이지만 역동적인 맛을 살렸다. 전반적인 체형은 저중심 설계를 기초로 깔았다. 전고를 낮추고 전폭과 휠베이스를 늘려 단순한 세단 같지 않은 개성을 살렸다. 그렇다고 대놓고 스포티하지는 않다.

여기저기 찾아보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만의 매력을 찾아낼 수 있는 잔잔하고 은밀한 매력이 이 차의 포인트다. 혼다가 친환경차에 '인증 마크'처럼 부여한 전면 헤드램프 블루 리플렉터가 번쩍인다. 안개등 크롬 데커레이션과 후면 콤비네이션 블루 렌즈,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디자인도 운전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디젤차에 오르는 것보다 뭔가 환경을 위해 기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북한강변을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차의 성능 윤곽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일단 운전자 몸을 꽉 잡아주는 듯한 시트 느낌과 안정적인 주행력은 훌륭하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직렬 4기통 엣킨슨 사이클 DOHC VTEC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 조합이 뿜어내는 시스템 출력은 최고 215마력으로 일반 주행모드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약점은 고속주행과 정숙성이다. 결코 힘이 부족한 세단이 아니지만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을수록 앞에서 쑥 밀어주는 힘이 부족해진다. 정숙성은 다소 실망스럽다. 하이브리드 차를 탄다는 점을 의식해서 유독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탔는데 일반 세단 흔들림과 비슷한 노면 소음이 잡힌다. 다만 정숙성과 고속주행 모두 도심형 세단이라는 목적만 바라본다면 크게 문제점으로 꼽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적재 공간은 꽤 든든하다. 종전에 트렁크에 있던 배터리를 2열 시트 하부로 옮겨 심는 것만으로 적재 공간을 49ℓ나 늘렸다. 2열 시트까지 접을 수 있어 저중심 설계 세단치고는 사용 편의성이 괜찮다.

전반적인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실용적이다. 암레스트를 길게 앞으로 빼 편하게 손을 받칠 수 있게 했고 사이드 패드와 도어 같은 운전자 손길이 자주 닿는 부분에는 어김없이 소프트한 재료를 넣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게 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버튼식 기어 시프트 등 주행에 필요한 첨단 사양도 딱 기본은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운전석, 조수석, 프런트 사이드, 사이드 커튼 등 곳곳에 8에어백 시스템을 장착해 동급 차량치고는 안전성을 크게 확보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최대 강점이자 존재 이유는 연비다. 복합 18.9㎞/ℓ에 고속 18.7㎞/ℓ, 도심 연비는 19.2㎞/ℓ. 동급 최고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에 전기 모터, 리튬 이온 배터리를 묶은 파워트레인이 어우러진 성과다. 이날 120㎞ 코스에서도 곳곳에 고속주행을 배합해 달렸지만 실제 찍힌 평균 연비는 ℓ당 19.0㎞로 준수한 수준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4000만원 초중반대 가격표를 붙였다. 하이브리드 EX-L은 4240만원, 하이브리드 투어링은 4540만원이다. 문제는 연비만 조금 희생하면 이 가격대에 살 수 있는 '대체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물론 수입차를 5~7년가량 탄다는 생각을 했을 때 ℓ당 20㎞에 가까운 연비로 무장한 차는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실용성을 따지기 좋아하는 3040세대에 딱 어울릴 만한 차다.

[가평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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