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달라진 풍속도
랩·댄스배틀 프로그램 잇단 편성
직접 학교 찾아가 현장감 살려
유료방송 관련 프로 성공에 자극
시청률 낮아도 VOD 감상은 많아
16일 첫 방송되는 SBS ‘방과 후 힙합’은 래퍼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힙합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랩을 통해 속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처럼 1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편성되고 있다. [사진 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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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방송을 시작하는 SBS ‘방과후 힙합’은 제작진이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프로그램. 방과 후 학교를 찾아간 래퍼 네 팀은 10대 학생들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랩으로 끌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프로그램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속 편한 10대들과 힙합의 만남”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힙합은 대중적으로 보자면 ‘서브컬처’지만 10대들 사이에선 중심 문화다. ‘방과후 힙합’의 연출을 맡은 도준우 PD는 “사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낸 지가 꽤 됐다”며 “수정·변형을 거쳤는데, 힙합이라는 콘텐트 자체가 지상파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10대들이 방송의 중심에 선 tvN ‘고등래퍼’.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화제성을 끌어내며 성공적인 시즌제 프로그램이 됐다. [사진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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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 1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남창희·판유걸 등 화제의 인물을 배출한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코너 프로그램 ‘스타스쿨’과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가 2000년대 초까지 있었고, 두 학생이 글러브를 낀 채 가상 링 위에 올라 속 이야기를 외치는 2005년 KBS2 예능 ‘해피선데이-주먹이 운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무렵은 유료방송과의 경쟁이 지금처럼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유튜브 등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환경 또한 구축되지 않았던, 소위 말해 뭘 틀어도 시청률이 받쳐주던 ‘지상파 독주 시대’였다. 경쟁이 본격화된 2010년대에 들어서며 10대는 사실상 지상파에서 사라진 세대였다.
10대들이 방송의 중심에 선 tvN ‘둥지탈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화제성을 끌어내며 성공적인 시즌제 프로그램이 됐다. [사진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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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를 형성한 예능 트렌드가 10대 중심으로 형식적 변주를 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어린 자녀를 가진 연예인 가족 중심의 관찰 예능은 10대 연예인 자녀끼리 여행을 떠나는 ‘둥지탈출’로, ‘언프리티랩스타’ ‘쇼미더머니’와 같은 힙합 예능의 성공은 고교생이 힙합 경연을 벌이는 ‘고등래퍼’로, 성인 중심인 연애 프로그램은 10대의 연애를 담은 JTBC2 ‘너에게 반했음’ 같은 프로그램으로 나아갔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등래퍼’ 같이 10대 문화를 품으면서 성공한 콘텐트가 나온 상황에서, 지상파가 어떻게든 정체된 예능 흐름에서 벗어나 다른 형식을 시도하며 이러한 방향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다채널 경쟁의 격화로 지상파 우위의 플랫폼 구조가 깨지고, 전체적으로 TV 시청층이 줄면서 시청률 자체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즉 시청률이 높다고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 세상이 됐다. 이미 TNMS 등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기존 시청률에서 벗어나 VOD를 포함한 총시청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한 상황이다.
도준우 PD는 “시청률이 화제성과 직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제성만으로도 프로그램을 끌고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며 “‘방과후 힙합’은 시청률보다 화제성에 초점을 맞춘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도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TNMS 매체전략연구소 최치영 과장은 “전 연령 시청층을 고려한 프로그램 제작이 보편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특정 연령층을 목표로 한, 특히 10대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간단히 말하자면 전 연령 시청 층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이 5% 시청률 성과를 내는 것보다 10대에 초점 맞춘 타깃형 프로그램이 3%의 성과를 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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