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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밀착카메라] 도심 속 열대우림? 20년째 방치된 '유령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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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네마다 항상 '공사 중'이라는 건물들이 있지요.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넘게 공사가 멈춰선 건축물이 전국에 300개가 넘습니다. 이것이 사유지라서 강제로 철거하거나 손 보기가 어렵습니다. 법도 만들었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아파트 공사장에 나무와 잡초가 빽빽합니다.

1998년 착공했다가 5년도 안 돼 시행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곳입니다.

바깥과 연결된 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몇 걸음 못 가 나무들을 해치고 지나야 합니다.

나무줄기는 건물 배관을 타고 3층까지 올라왔습니다.

20년 가까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이 건물 입구는 완전 숲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있는 빈 공간은요, 원래는 엘리베이터가 들어가야될 자리인데 지금은 철골 구조물이 상당히 낡아 버린 상태입니다.

손을 빨리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이나 인근 업체 직원들도 누구 소유인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잘 몰라요. 거의 한 20년 됐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공사하다 중단된 지. 근데 얘기로는 몇 사람 왔다 갔다 했었는데…]

숙박 시설로 짓다가 20년 가까이 방치된 곳도 있습니다.

[위험할까 봐 울타리를 다 했잖아. 애들이 안에 들어가 놀다가 다칠까 봐.]

드론을 띄워 가까이 가보자 벽에 낙서들이 가득합니다.

[옛날에 짓다가 부도난 거를 매입했는데, 그 상태로 있다가 다시 또 넘어간 거지. 그런 상태라서 저기 뭐 섣불리 짓기가…]

이런 공사장들은 밤이 되면 흉물로 변합니다.

특히 시내에 자리 잡은 곳은 안전사고나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큽니다.

[공장 자재나 이런 것들이 밖에 나와 있어서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또 저기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서.]

경기도에 이렇게 장기 방치된 유령 건물만 42곳에 달하지만, 올해 정비를 시작하기로 한 곳은 3곳에 불과합니다.

절반이 넘는 23곳은 정기적인 안전점검만 하기로 했습니다.

[주민 : 이대로 공사를 안 한다면 이거는 위험한 거죠. 지금 이게 다 막아놓은 것도 아니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안 좋아요.]

지난해 만들어진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장기 방치 건물에 대해 철거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측은 '강제로 철거나 공사 재개를 명령하기보다, 안전 점검을 유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주민들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여기 입주자들 소송하고 막 이랬을 거 아니야 서로. 시에서 이거 부수지도 못하고 아마 지금 애물단지인가봐.]

장기 방치된 건축물들은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은 전국에 380곳이 넘습니다.

중단된 후 방치된 기간도 평균 13년에 달합니다.

건물 5개 가운데 1개꼴로 안전점검이나 즉각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철거됐으면 좋겠죠. 저거 보기 싫은데 맨날 지나다니면서 보는데, 흉가 같고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넘게 버려진 건물이 경기도에만 수십 곳이 넘습니다.

환경과 안전을 생각하면 철거가 당연하지만, 정작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법은 현장에서 소용이 없습니다.

(인턴기자 : 송하린)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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