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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궁금증톡] 대한항공 1000억 채권을 ‘8월 급여’로 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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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00억 채권발행 사용내역 보니

만기차환 2000억·인건비지급 1000억

회사 “급여 지급 아냐…자금확보 차원”

단기·고금리 회사채, 개인투자자 등 인수

부실한 재무구조 언제까지 막아낼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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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줄 돈이 없어서 돈 꾸는 상황은 아닙니다. 채권으로 확보할 수 있을 때 여유자금을 마련한 것이죠.”(대한항공 관계자)

대한항공은 이달초 3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받은 돈을 어디에 쓰나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대한항공은 2000억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차환용으로 쓰고, 1000억원은 8월 급여와 상여 등 인건비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홍보팀은 “보고서에 운영자금이라고 쓰니까, (금감원 쪽이) 다시 자세히 써서 내라고 해서 인건비 지급이라고 적었을 뿐”이라며 “다른 회사들도 그렇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증권·운용업계 몇몇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인건비로 사용내역을 쓴 것은 처음 봤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대한항공이 이달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할만큼 현금 흐름이 안좋아진걸까요?

한때 대한항공은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았습니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8차례 연속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미달’(참여금액이 모집금액에 못미침)을 기록했습니다. 돈이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었는데 다들 외면한 것이죠.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는 2010년 이후 새 항공기를 많이 사들이며 비용투자가 컸던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까지 동원되면서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다 2014년 터진 ‘땅콩 회항’은 총수 일가의 리스크가 전면에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대한항공의 신용평가등급은 ‘BBB’(장래 환경변화에 따라 지급확실성 저하 가능성이 있는 단계)까지 떨어졌습니다.

급전이 필요할때 대한항공 회사채를 사준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이 살만한 등급은 아니지만 금리도 높고, 국적항공사라는 것을 믿고 산 개인 투자자 수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재테크’를 하면서 대한항공의 ‘우군’이 된 셈입니다.

그 사이 대한항공은 “2017년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고, 원화 강세로 외화 부채가 크게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1273.5%(2016년말)에서 537.9%(2017년말)까지 큰 폭으로 하락”(한국기업평가 보고서)했습니다. 유가도 낮아져 수익성을 높였습니다.

다시 날아오르나 싶던 대한항공은 올초 다시 ‘총수일가 갑질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직원들의 요구에도 조양호 회장은 퇴진을 거부했습니다. ‘경영 혁신’이 물 건너간 사이 유가는 다시 오르고 부채 비율은 늘고 있으며, 저비용항공사와 경쟁으로 매출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대한항공 반기 보고서를 보면, 갑질의 주인공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올해 상반기에만 퇴직금 13억원을 포함해 17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언제까지 우군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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