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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터키, 미국에 보복 관세… 무역전쟁 전면전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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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미국산 제품에 고율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터키에 구금된 미국인 목사의 신병 문제가 촉발한 양국의 ‘감정싸움’이 ‘무역 전쟁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얻을 것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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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영 휴리에트는 15일(현지시간) 관보를 인용해 터키 정부가 미국산 화장품, 쌀, 석탄, 플라스틱 등에 부과되는 관세를 각각 2배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자동차(120%), 주류(140%), 잎담배(60%)에 매겨진 관세도 대폭 인상됐다. 푸아트 옥타이 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 행정부가 우리 경제에 가한 의도적 공격에 대응해 상호성 원칙의 틀 안에서 관세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 인상은 앞서 미국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각각 2배 인상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2016년 터키 쿠데타를 지원한 혐의로 1년 9개월째 구금 중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이같은 조치를 내놨다.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4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터키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은 물론 터키 채권을 보유한 유럽 투자은행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러시아 등과 새 동맹을 맺고, 국민들이 보유한 달러와 금을 팔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략적 파트너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를 용납해야 하느냐”며 미국이 터키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립이 깊어지면서 양국간 대화 채널이 가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지난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세르다르 킬리치 주미 터키대사가 면담해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브런슨 목사의 석방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강경론을 고수하면서 면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날 미국산 전자제품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과 터키의 극한 대치는 양측 모두에게 손해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터키의 대립으로 공동의 적이었던 이슬람국가(IS)가 다시 발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터키는 ‘휴전’이 선언되지 않는 한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금융 거점국과의 싸움에서 모두 패배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터키같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를 잃게 되면 서방도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으로서 중동과 흑해 연안 방어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온 터키가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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