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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안희정 무죄에도···국회서 잠자는 ‘노 민스 노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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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두고 야당은 “미투 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일제히 사법부를 성토했지만, 정작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등 관련 법안은 국회에 잠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지사 판결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여당도 지난 4월 당정 협의를 통해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하기로 의견을 모은 만큼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에 무죄를 선고하며 현행법 상 한계를 들었다. 피해자가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 또는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빠진 경우에만 강간죄를 적용하고 있다. 피해자가 “싫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만으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상대방의 성관계 동의 의사 없이 성관계로 나아갈 경우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적인 문제”라며 국회로 공을 돌렸다. 피해자의 명시적인 거절 의사에 반해 이뤄진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하는 ‘노 민스 노 룰’이 도입된다면 안 전 지사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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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안은 이미 다수 발의돼 국회를 계류중이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백혜련 의원,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노 민스 노 룰’을 규정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성폭력 범죄 요건에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둘러 처리됐다면 안 전 지사의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 법안은 5달 넘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상태다.

미투 운동 이전에 지나치게 엄격한 강간죄 성립 요건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2016년 11월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강간죄 성립을 위한 폭행·협박의 정도를 형법상 폭행죄 및 협박죄와 동일한 정도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 민스 노 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강간죄 적용 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을 입법으로 보완하려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이듬해 2월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긴 했지만 1년 넘게 아무런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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