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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끌려서] '꽃할배' 김용건이 보여준 막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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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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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신구는 이번 여행을 함께 하며 가까워진 김용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또한 “같은 말을 하는데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김용건으로 인해 많이 웃고 즐거움을 얻었다는 의미일 터.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보여주는 김용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하고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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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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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건의 입담, 할배들의 여행이 유쾌해지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가 이전 시즌과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한층 떠들썩해진 분위기다. 이전 시즌 역시 물론 유쾌했다. 하지만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사이에 대화가 많지 않았다. 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진지하게 속내 이야기를 했지만 오가는 말수는 적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이는 바로 김용건이다. ‘건건이’라고 불릴 정도로 싱거운 농담을 끊임없이 던지고 상황극을 시도하며 멤버들에게 웃음을 전한다. 이에 대해 이서진은 “여행의 분위기메이커가 되셨다”고 분석했다.

잠시 김용건의 말소리가 멎을 때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7회 방송 중 잘츠캄머구트를 떠나 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용건은 장시간 운전을 한 이서진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았다. 초행길에 긴장한 김용건은 안전을 위해 오로지 운전에 집중했고 그가 말을 멈추자 금세 차 안은 고요해졌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김용건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치고 피곤하니 쉬고 싶을 법도 하건만 김용건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때로는 우스갯소리로 무료할 수 있는 대기 시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때로는 백일섭이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과거 일화들을 풀어놓으며 멤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김용건의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가장 큰 형 이순재도 어느새 조금씩 동생들에게 농담을 건네기 시작했다. 백일섭은 아픈 다리에도 짜증난 기색 없이 김용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의 콧노래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었다. 물론 백일섭의 변화는 스스로가 이전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행에 임하는 까닭이 가장 크겠지만 곁에서 웃음을 주면서 힘을 북돋는 김용건의 존재 역시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을 터. 멤버들의 이런 변화들는 여행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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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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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세 막내가 보여주는 ‘낮춤의 미학’

김용건은 익숙해서 놓칠 뻔했던 프로그램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노년 배우들의 여행기를 담는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비단 나이가 많은 이들만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가 더 환호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이 여행 중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생의 경륜 앞에 숙연해지고 많은 것을 경험했을 나이에도 여전히 여행지에서 눈을 반짝이는 멤버들의 모습에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은 젊은 세대에게 인생의 롤모델을 제시한다. 김용건이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주는 행동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용건은 올해로 73세다. 웬만한 자리에선 가장 연장자고 가장 선배일 나이다. 하지만 김용건은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막내’를 자처한다. 여행을 떠나는 날 가장 먼저 공항에 도착해 멤버들에게 일일이 커피를 대접했다. 박근형이 손주들에게 줄 인형 선물을 식당에 두고 오자 자신이 나서서 가지러 갔고 놀라는 제작진에게 “나이 어린 내가 내려와야지. 오랜만에 (심부름을) 하니까 또 괜찮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이 외에도 이순재의 손에 아이스크림이 묻자 닦을 것을 가져다주거나 다른 멤버들의 음식까지 함께 주문하고 식탁으로 가져다주는 모습, 다른 멤버들이 차에서 내릴 때 다리가 편하도록 잡아주고 짐을 받아주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용건의 막내노릇은 형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김용건은 출연진 중 실제로 가장 나이가 어린 이서진도 항상 배려하고 존중한다. 김용건은 처음부터 스스로의 역할을 ‘짐꾼 보조’로 정했다. 여행 출발 전 김용건은 “(이서진이) 하라는 대로 할 거다. 눈치는 좀 있으니까”라고 너스레를 부리고 여행 첫날 밤 “내가 서진이를 좀 도와줘야 하는데…”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말뿐이 아니라는 듯 짐꾼으로서 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을 챙기던 이서진의 짐을 기꺼이 나눠진다.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아 걸음이 느린 백일섭의 곁에서 보폭을 맞추며 격려하는 동시에 이서진이 앞서 가는 다른 멤버들을 살필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김용건은 이서진의 작은 도움에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농담에 보조를 맞추는 제작진을 보며 “나하고 호흡이 맞아 가. 아주 좋았어”라고 칭찬하는 한편 “어른이라고 해서 다 완벽하나. 후배들한테도 배워”라고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한다.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그 한 마디에도 김용건이 존경받는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였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이제 멤버들의 평균 연령은 78.8세다. 체력 좋은 20~30대처럼 에너지 넘치게 여행하기 어려울 수 있는 고령이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이전 시즌보다 오히려 더 젊어지고 활기차졌다. 여행 분위기가 더욱 생기 넘친다. 그리고 멤버들의 행복한 웃음이 넘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시청자들에게까지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 '막내' 김용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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