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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방송 잇 수다] TV 속 결혼이 다루는 이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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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tvN '아는 와이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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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요즘 TV를 보며 비혼주의를 다짐한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기혼자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면서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방영 중인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연출 이상엽, 극본 양희승)다. ‘아는 와이프’는 결혼생활을 후회한 남자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운명을 바꾼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는 와이프’의 주인공 차주혁(지성)은 30대 평범한 직장인으로, 아내 서우진(한지민)과 이혼을 바란다. 우진이 결혼 후 분노조절장애를 얻으면서 연애 시절 모습과 딴 판이 됐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이 괴롭기는 우진도 마찬가지다. 육아와 생업을 병행하느라 ‘나’를 포기한 지 오래다. 두 사람 사이 켜켜이 쌓인 불만은 어느 날 폭발했다. 한바탕 부부싸움을 벌인 뒤 주혁은 아내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기묘한 힘을 빌려 과거로 이동, 우진과의 인연을 차단했다. 그 결과 주혁은 첫사랑 이혜원(강한나)과 부부가 됐다.

바라던 대로 이뤄졌는데 주혁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금수저 혜원의 남편이 된 덕분에 재벌가 데릴사위로, 처가에 종속된 삶을 사는 것. 반면 싱글로 남은 우진은 명랑하고 쾌활한, 예전 성격 그대로다. 아침이면 조깅을 즐기고 하루에 1만 보 걷기를 실천하는 우진은 여유로운 커리어우먼이 됐다.

‘아는 와이프’를 두고 ‘비혼권장 드라마’란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행위다. ‘아는 와이프’는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충들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미혼 상태의 우진이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 대비되며 결혼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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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화면)


그런가 하면 ‘비혼권장 예능’도 있다. MBC 교양예능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며느리와 시댁의 관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파일럿으로 방송됐을 때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 사회 여성들이 며느리로서 겪는 일을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내 반향을 일으킨 것.

특히 최근 새로 합류한 V.O.S 최현준과 신소이 씨 부부의 에피소드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 8회 방송에서 신소이 씨는 갑작스럽게 집을 찾은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렸다. 시어머니는 유별난 아들 사랑도 자랑했다. 최현준이 제 아들을 놀아주는 모습을 보더니 “내 아들 그만 괴롭히라”며 손자를 타박한 것. 며느리를 대하는 시어머니의 모진 말투나 지나친 아들 사랑에 대다수 시청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한편 파일럿 때부터 출연한 개그맨 김재욱과 아내 박세미 씨 이야기는 회마다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박세미 씨가 만삭의 몸으로 시댁에서 집안일하는 모습이나 시어른들로부터 자연분만과 셋째 출산 등을 강요받는 장면이 빈축을 샀다. 부모와 아내 사이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김재욱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에 김재욱은 최근 프로그램 하차와 함께 ‘악마의 편집’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쯤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던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결혼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한 걸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SBS 예능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너는 내 운명)’이다. ‘너는 내 운명’은 결혼에 대해 앞선 프로그램들과 또 다른 입장을 취한다. 연예인 부부의 실생활을 통해 부부의 가치와 의미를 짚어본다. 특히 최근 배우 장신영이 강경준과 재혼, 아들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과정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가슴 아픈 가정사를 가진 추자현이 시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행복을 느끼는 모습도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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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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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결혼을 다루는 방송가의 달라진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드라마와 예능에서 그려진 ‘결혼’은 ‘판타지’에 가까웠다. 당시의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결혼에 골인하는 것을 ‘해피엔딩’이라고 여겼다. 2008년 시작해 지난해 시즌4로 막을 내린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부부가 된 연예인들이 결혼에 대한 로망을 실현한다는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아는 와이프’부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너는 내 운명’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환상이 아니라 현실 속 결혼을 다룬다는 데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다만 ‘현실적’이라는 말을 방패 삼아서는 안 된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요하거나 이를 위해 지나치게 편향된 관점을 일관하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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