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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안희정 '무죄'에 김지은씨는 '항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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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the L]팩트체크]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고소인'은 '증인', 당사자는 '검사'…형사재판의 '피해자 소외'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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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미투 안희정 성폭력 사건 정의로운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피켓을 들고 있다. 2018.07.02.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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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김지은씨의 법률대리인 장윤정(왼쪽), 정혜선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강제추행 등 혐의사건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18.6.22/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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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입니다.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지난 14일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내놓은 입장문 가운데 일부다. 이를 인용해 일부 언론은 "김지은, 항소의지"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론 잘못된 표현이다. 엄밀하게 보면 김씨에겐 항소할 권한이 없다. 형사소송에서 안 전 지사와 같은 피고인의 반대 편에서 유죄입증을 위해 싸우는 당사자는 '검사'다. 우리나라가 검찰에게만 기소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국가소추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공판에 참여한 피해자의 지위는 '증인'이다. 안 전 지사가 피고인인 형사재판에서도 마찬가지로 김씨는 증인일 뿐이다.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할지 여부는 법적으로 검찰이 판단할 문제다. 만약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피고인을 2심으로 끌고 갈 방법은 없다. 물론 안 전 지사가 1심 무죄 판결을 받자 이날 검찰이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 사건은 김씨의 바람대로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등 김씨를 지원해 온 단체들도 '즉각 항소할 것' 등의 표현을 썼지만, 당연히 그들에게도 항소 권한은 없다. 김씨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표현일 뿐이다.

범죄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선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재판에선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범죄 피해자가 아예 형사재판 공판정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다른 증인·증거들이 충분하다면 재판 진행에는 문제가 안 된다.

피해자로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여부 또는 형량에 대해 충분히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피해자가 지나치게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형사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고인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혹은 무죄로 결론났는지 등 결과에 대해 범죄피해자 혹은 고소인에게 처분통지를 해 주지만, 과거엔 그마저 없었다. 그만큼 범죄피해자에 대한 사법서비스가 미흡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선 변호사들인 김씨의 법률대리인들에 대해 '김씨 변호인'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역시 법적으론 틀린 표현이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두 명의 변호사에 대해선 '고소대리인' 혹은 '법률대리인'으로 부르는 게 정확한 명칭이다.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상 용어로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변호'하는 이를 말한다. 김씨는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아니라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인 동시에 고소인이다. 따라서 김씨를 돕는 변호사들은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아니다.

영화 '변호인'의 제목이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인'인 이유도 형사재판에서 변호사의 '변호인'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세금 전문 변호사였던 송우석 변호사(배우 송강호 분)가 공안사건 형사재판에 참여해 인권 변호사가 돼 가는 과정에서 그의 '변호인' 역할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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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포스터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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